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새누리당 의원 전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은 탄핵이나 다름없는 패배를 당했다. 이날 간담회는 앞으로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 스타일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인지를 가늠해볼 자리였다.

박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저와 함께 힘을 모아서 국민에게 다가가는 정치를 해달라"고 하면서 "당과 정부의 혼연일치"를 강조했다. 오찬이 끝난 뒤 1시간 20분에 걸쳐 한 사람씩 배웅하는 모습도 보였다. 친박(親朴)과 공천 갈등을 빚었던 김무성 전 대표, 자신이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었던 유승민 의원과도 악수하고 짧은 대화도 했다.

지금까지 청와대는 새누리당을 '법안 처리 일감'을 던져주면 실행에 옮기는 하도급 회사 정도로 취급해 왔다. 하지만 여소야대(與小野大)의 20대 국회에서는 야당은 물론 여당에도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날 청와대 행사가 그런 현실을 인정하고 반영하는 자리였기를 기대한다.

박 대통령과 김무성·유승민 의원과의 악수 여부가 관심거리가 되는 현 상황은 그간 당·청 관계가 얼마나 비정상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날 행사가 수평적 당·청 관계로의 전환점이 아니라 그저 일회성 이벤트로 그친다면 남은 임기 동안 박 대통령에게 희망은 없다. 여당이 친박의 전유물이 아닌 만큼 김·유 의원과도 스스럼없이 따로 만나 분열된 여권을 수습하는 것도 박 대통령의 몫이다.

지난달 국회 개원 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국회를 국정 운영 동반자로 존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에 걸맞은 발상의 전환이나 행동은 보이질 않는다. 야당 의원 전원을 초청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관례(慣例) 타령만 하고 있다. 야당과의 관계를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한다면 각종 개혁은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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