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문학평론가

[100가지 넘는 특혜가 '갑질'과 의혹만 잉태]

국회의원들이 정말로 특권을 버릴 생각이라면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화끈하게 내려놓아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특권은 불체포 특권, 면책 특권 등 100가지가 넘는다. 그런 특권이 있어서인지 늘 불법과 말썽과 의혹투성이다.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이므로 누구보다도 준법정신이 투철해야 할 텐데 비서 월급을 갉아먹고 '갑질'과 거짓말을 일삼는 것이 우리나라 국회의 현실이다.

지난 19대 국회는 헌정사에 남을 정도로 무능과 거짓의 표본이었다. 19대 국회도 개원 초에 면책과 불체포 특권 포기, 세비 30% 삭감,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 국민 참여 경선 법제화, 부정부패 원인 제공자의 재·보선 비용 부담, 예결특위 상설화,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와 출판기념회 금지 등을 입법화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국회 선진화법을 악용해 서로 비난만 하다가 임기를 끝낸 무책임한 국회였다.

이제 그들 때문에 나라가 무너질 지경이다. 세계는 요동치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 현실화, 동북아 패권을 둘러싼 미·일·중의 힘겨루기,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로 미국 본토를 공격하겠다는 북한 김정은의 광기 등으로 세계가 초긴장 상태인데 우리 국회만 한가롭게 '뭔박'이니 '뭔노'니 하며 허송세월하고 있다.

20대 국회도 개원하기 무섭게 여야 구분 없이 특권 내려놓기를 약속했다. 국민은 아직 믿지 않는다. 특권 포기에 관한 공염불 약속을 수없이 보아왔다. 누가, 어떻게 논의해, 언제까지, 어떤 특권들을 내놓을 것인지 기본적 일정부터 밝히고 시작하라.

민동기 저술가

[의원들 단독은 안 돼… 각계 참여 공동위를]

우리나라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는 집단이 여럿 있다. 첫째가 국회, 둘째가 법조계, 셋째가 노동계이다. 국회가 첫손 꼽히는 이유는 의원들이 당리당략에 따라 무조건 반대를 일삼고 사리사욕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들어 의원들 스스로 국회 개혁을 이야기하고 특권 내려놓기 운동을 벌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거에 그랬듯,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흉내만 내다가 핵심을 피해 흐지부지하는 것 아닐지 의심스럽다. 국회 개혁을 국회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의원들을 포함한 각계각층 인사가 모여 개혁위원회를 만들어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개혁 대상은 세비 삭감, 보좌관·비서진 감축, 친인척 보좌관 채용 금지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직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이지, 권력을 휘두르며 이권에 개입하거나 해외순방이나 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주는 것이다. 국회가 특권 집단이며, 국회의원이 특권층이라는 잘못된 인식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지금까지 국회의원은 출세와 특혜의 상징이었다.

해법은 덴마크·스웨덴·독일 등의 국회에서 찾을 수 있다. 덴마크의 경우, 국회의원이 가방을 메고 자전거 타고 출근하며, 비서는 단 한 명이고, 대부분의 일을 의원 스스로 한다. 우리가 형편상 덴마크처럼 하기 어렵다면 절반이라도 따라가 보자. 현실적 방안부터 몇 가지 제시한다. 첫째, 보좌관은 두세 명으로 줄여야 한다. 둘째, 불체포 특권을 없애라. 셋째, 공항이나 의사당에서 의원 전용통로를 없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