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식 국제부장

'말뫼의 눈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스웨덴 남단의 도시 말뫼에는 외레순대교라는 해상 교량이 있다. 대교 위로 4차선 도로와 철길이 복층으로 지나간다.

길이 7.9㎞의 이 교량은 외레순해협을 건너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으로 연결된다. 이 대교는 단순히 두 도시를 잇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스칸디나비아반도를 유럽으로 연결해주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외레순대교는 1995년 공사를 시작해 2000년에 개통했다. 대교 착공 당시 말뫼는 주력 산업인 조선(造船)업이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상태였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대거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27만명에 가까웠던 인구가 23만명 선으로 줄었고, 주택이 텅텅 비면서 부동산 시장이 곤두박질을 쳤다.

스웨덴 정부는 말뫼를 구할 프로젝트로 이 대교 건설을 추진했다. 실제로 이 대교는 말뫼가 어려운 시기를 버티는 데 도움이 됐다. 대교 건설 이후 코펜하겐의 비싼 집값과 사무실 임대료를 피해 덴마크인들이 대거 넘어오면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났고, 이들의 소비가 말뫼 상업을 지탱해줬다. 지금도 주택 가격이 싼 말뫼에 살면서 코펜하겐으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8000명을 넘는다. 말뫼를 찾는 관광객 숫자 역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이 대교가 말뫼에 축복만 가져다준 것은 아니었다. 이곳을 통해 유입된 중동 난민과 동유럽 이주민이 도시 한쪽에 거대한 빈민촌을 형성하면서 치안이 불안해졌고 복지 부담도 커졌다. 난민·이주민과 이들의 자녀를 합친 숫자는 32만명가량인 말뫼 전체 인구의 43%에 이른다. 이들이 거주하는 말뫼 동쪽의 빈민촌은 낮에도 경찰을 대동하지 않으면 들어가기가 위험한 치안 공백 상태라고 한다. 출신지별로 형성된 폭력 조직들이 총기와 수류탄 등을 반입하면서 강력 사건도 끊이질 않고 있다.

스웨덴 집권 사회민주당은 조선업 몰락 이후 말뫼를 친환경 문화 도시로 바꿔놓았다고 자부한다. 풍력발전, 하수 처리 시스템 등에 적잖은 돈을 투자했고, 우리나라로 대형 크레인을 넘긴 코쿰조선소 자리에는 말뫼대학이 들어섰다. ICT(정보통신기술)·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 창업과 외국 기업 유치도 활발하다고 한다. 하지만 실상을 뜯어보면 고용 인구가 500명 이상인 기업의 숫자가 13개에 불과하고, 실업률도 15% 전후로 스웨덴 평균의 2배를 웃돌고 있다. 2만2400명이 일하는 말뫼시청이 이 도시의 가장 큰 직장이다. 2500개 가깝다는 ICT 기업의 80%도 고용이 아예 없거나 1~2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반면, 소매업이 전체 일자리의 15%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업종으로 소비 도시에 가까운 곳이 됐다.

1970년대 말뫼가 그랬듯이 우리 조선업도 위기를 겪고 있다.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과 검찰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말뫼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조선업을 살려가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조선업은 2000년대 호황기에 쌓인 적잖은 과잉 인력이 있다. 노조는 이런 인력 정리에 응해야 한다. 검찰 수사도 환부만 도려내는 정밀 외과 수술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경쟁국인 중국도 최근 주요 조선업체의 80%가 도산할 정도로 극심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번 위기는 잘 극복한다면 중국과 격차를 더 벌리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