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문화부 차장

[스웨덴은 어떤 나라?]

스웨덴 연수 시절 교민들에게 곧잘 받는 질문이 있었다. 저출산을 극복한 스웨덴 보육 정책을 배운다며 정치인·국회의원들이 한 달이 멀다 하고 몰려오는데 왜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지 의아해했다. 스웨덴에서 고작 1년 살다 온 이유로 이런저런 보육 토론회에 불려다니다 보니 스웨덴 교민들 심정을 이해하겠다. 객석을 차지한 민간 어린이집 원장들은 선진국 어린이집들이 어떤 커리큘럼으로 아이들을 돌보는지에 대해선 관심 없다. 오로지 복지부 공무원 입만 쳐다본다. 돈 때문이다. 어린이집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따내기 위한 원장들 하소연으로 토론 시간 태반이 흘러간다.

보육 천국이라는 스웨덴에서도 어린이집 교사는 3D 직업에 속한다. 부모의 육아휴직이 끝나는 시점에 들어오는 생후 17개월 아이들부터 취학 직전 꼬마들까지 돌보는 일은 웬만한 육체노동보다 고되다.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정부 정책에 불만을 품고 어린이집 문을 닫거나 거리에 나와 시위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없다. 학기마다 부모들과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더 행복하게 키워낼지 열띤 토론을 벌이던 교사들 모습만 떠오른다. 딸애 담임이었던 소피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 사명감 아니고는 이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어린이집은 자선 기관이 아니다. 수익 구조가 맞아야 운영할 수 있다. 그렇다고 영리 기관도 아니다. 아이 돌보는 일을 돈벌이 삼아 흥정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한데 이번 '맞춤형 보육' 시행을 앞두고 민간 어린이집 원장들이 보인 행태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맞벌이 자녀를 위한 '종일반(12시간)'과 전업주부 자녀를 위한 '맞춤반(6시간)'을 구분해 차별 지원하면 당장 어린이집 수익이 줄어드니 휴원도 불사하겠다며 맞섰다. 맞춤형 보육이 전업주부를 차별한다고도 왜곡했다. 처음엔 엄정 대처하겠다던 정부가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종일반 기준을 완화했고, 절감하겠다던 보육 예산은 되레 늘리는 꼴이 됐다.

보육 시설 90%를 차지한 민간 어린이집에 정부가 휘둘려온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무상 보육 실시로 너도나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통에 입김은 더욱 세졌다. 그들이 뻔질나게 견학 가는 스웨덴에서도 무상 보육은 하지 않는다. 맞춤형 보육이 차별이라고? 스웨덴 전업주부들은 일주일에 3일만 아이를 맡길 수 있다.

공보육을 국정 과제로 삼은 게 노무현 정부 때다. 그때도 국공립 어린이집이 6%밖에 안 된다고 발을 굴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오며 보육 예산은 수십 배 급증했지만 국공립 비율은 그대로다. 수조원의 보육 예산이 대부분 민간 어린이집으로 흘러간다는 얘기다. 정부가 저출산을 해결할 의지가 눈곱만큼이라도 있다면 우수한 민간 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하고 질 낮은 곳은 폐업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 어린이집 두 곳 중 한 곳은 국공립이어야 보육의 질이 담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