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신소를 운영하는 A(40)씨는 올해 초 배우자와 이혼 소송 중에 있는 B(여·35)씨로부터 "남편의 불륜 증거를 잡아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A씨는 곧장 홍모(40)씨에게 연락했다. 홍씨는 흥신소 업계에서 '사생활 정보를 귀신같이 잘 빼내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홍씨는 해커 김모(27)씨를 고용해 국내 이동통신사의 서버를 해킹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씨는 해킹으로 빼낸 고객의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돈을 받고 흥신소에 팔았다. 홍씨는 또 택배업체 기사 윤모(43)씨를 매수해 고객의 배송지 주소와 전화번호 등을 빼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 같은 혐의로 홍씨 등 3명을 구속하고, 홍씨로부터 의뢰인들의 배우자 위치정보 같은 개인 정보를 산 혐의로 흥신소 업자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는 2014년 9월 18일부터 올해 5월 26일까지 총 647회에 걸쳐 해킹 등으로 빼낸 개인 정보를 판매해 2억7477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된 해커 김씨는 해킹으로 얻은 위치정보를 건당 30만원에, 택배 기사 윤씨는 회사 시스템을 통해 알아낸 고객의 정보를 건당 15만원에 홍씨에게 넘겼다.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키워드 정보] 간통죄란?]

간통죄 폐지 후 불륜(不倫) 증거를 잡기 위해 흥신소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흥신소들이 개인 정보를 빼내는 수법도 첨단화되고 있다. 경찰은 작년 2월 간통죄가 폐지된 뒤 전국에 1500여개 수준이었던 흥신소가 1년여 만에 2배가량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간통죄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국가가 대신 밝혀 처벌해 주는 제도였다. 그런데 간통죄 폐지 이후 경찰은 더 이상 불륜에 대해 수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파경에 이른 배우자들이 이혼 소송 등에서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흥신소를 찾는 것이다. 이날 입건된 34명의 흥신소 의뢰자 가운데 28명도 배우자 외도를 의심해 흥신소를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흥신소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온갖 불법적 수단도 동원되고 있다. 작년 9월 전주지법은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하는 이들에게 통화 내용 등을 엿볼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일명 '스파이앱'을 판매한 혐의로 조모(38)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스파이앱을 배우자의 휴대전화기에 몰래 설치하면 통화 내용과 문자메시지, 사진, 동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앱은 휴대전화 화면에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백신검사 프로그램을 써서 찾아내야 한다.

콜센터에 직원을 심는 방법도 있다. 홈쇼핑 회사나 이동통신사 콜센터에 자신의 정보원을 위장 취업시켜 배송지 주소, 카드번호 등을 얻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피싱 문자를 보낸 뒤 이를 이용해 의뢰인의 휴대전화를 해킹하거나, 차량 블랙박스를 바뀌치기하는 등의 수법으로 의뢰를 수행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경찰 수사관 영입' 같은 광고 문구를 내걸고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실제 흥신소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경찰 출신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흥신소를 통해 확보한 자료가 법정에서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한승미 변호사는 "이혼 소송 전문 변호사들은 위자료를 더 받으려 하지 않고 금액이 큰 '재산 분할'에 초점을 맞춰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500만원을 써서 외도 증거를 확보해도, 그 비용만큼 위자료를 더 받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또 "배우자의 외도는 정황 증거로도 충분히 입증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의뢰인들에게 '배우자 부정의 증거를 가져오라'고 요구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