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중국 서부 산시(陝西)성 포핑(佛坪)현에 있는 판다 자연보호구역. 서쪽 톈화산(天華山)과 동쪽 싱룽링(兴隆岭)이 연이어지는 산등성이 사이로 왕복 2차선 도로가 보였다. 도로 앞에는 차단막이 내려져 있었고 도로 양옆으로는 대나무가 즐비했다.

1999년까지만 해도 톈화산에 사는 판다 200여 마리와 싱룽링에 서식하는 30여 마리의 판다는 서로 오갈 수가 없었다. 13㎞ 길이의 이 도로가 이동로를 막은 것이다. 하지만 작년 이 도로 위에 설치된 적외선 카메라에는 판다의 모습이 처음 담겼다. 도로를 폐쇄하고 친링산 쪽에 친링(秦嶺)터널을 뚫어 이 터널을 통해 차량들이 이동하게 하자 이산 신세였던 두 판다 무리 간에 교류가 시작된 것이다. 완훼이 세계자연기금(WWF) 중국본부 팀장이 "도로 폐쇄 이후 16년 만에 얻은 성과"라면서 "양쪽 판다들이 이 지역을 오가며 짝짓기를 시작했다는 증거"라고 했다.

지난 4월 중국 산시성 관인산 판다 보호구역에서 임업국 공무원들이 판다와 함께 앉아 쉬고 있다.

한때 멸종 위기에 몰렸던 판다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2013년 판다 개체 수는 1864마리로 2003년보다 268마리(16.8%)가 늘어났다. 이에 따라 IUCN은 보호 동물 분류에서 판다의 등급을 '멸종 위기'에서 한 단계 내려간 '생존 취약' 동물로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990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지 26년 만의 일이다.

번식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판다가 짧은 시간에 개체 수를 크게 늘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서식지 확대이다. 중국 정부는 판다 서식 지역을 40곳에서 중국 산시, 쓰촨, 간쑤성 등 67곳으로 대폭 확대하고, 판다 서식지가 도로 등으로 단절된 친링터널 구간 등 6곳을 다시 연결했다. 서식 지역에는 기존에 살던 주민 외에 외부인의 이주를 금지하고, 판다 밀렵이나 불법 거래를 할 경우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법을 강화했다. 윤세웅 WWF 한국 본부 대표는 "중국은 판다 보호를 위해 우리에 가둬놓고 개체 수를 늘리는 대신 판다가 사는 서식지의 훼손된 생태계 전체를 복원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했다. 판다 보호구역에 살던 황금원숭이, 너구리판다, 따오기 등 다른 멸종위기 동물들도 판다 보전 활동 덕에 지난 10년간 개체 수가 크게 늘었다.

자연보호구역 안에 거주하는 2500여 가구는 WWF가 2000년대 중반부터 양봉 기술과 설비를 지원해 벌목 대신 양봉으로 업종을 전환하도록 했다. 이후 주민들도 판다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