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 온돌(구들) 전문가들이 중국 옌볜 조선족자치주 농촌 마을을 찾아 우리나라 방식의 구들에 성공적으로 불을 댕겼다.

사단법인 국제온돌학회(회장 김준봉 우석대 교수)는 지난 13~20일 중국 지린성 투먼시 캉닝춘(康寧村) 한옥마을과 옌지 시내 사회복지시설에서 전통 구들 놓기 봉사활동을 벌였다.

친환경 한옥 마을을 조성 중인 조선족 출신 기업가 조광훈(64)씨는 넓은 한옥에서 동북(東北) 지역의 매서운 추위를 견디려면 한국식 온돌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국제온돌학회에 시범 시공을 부탁했다. 구들 놓기, 벽돌 쌓기, 굴뚝 만들기, 미장 마무리 등의 각계 전문가와 보조 요원 20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은 무게 30㎏짜리 구들장과 벽돌, 모래, 황토 등을 직접 나르며 우리 전통 온돌을 동포 사회에 전파했다.

국제온돌학회 봉사단 20명이 지난 13~20일 중국 옌볜 조선족자치주 투먼시 캉닝춘 한옥마을에서 우리나라 전통 구들을 놓는 봉사활동을 했다.

기존에 시공해 놓은 구들과 솥을 걷어내고 고래의 더운 기운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 불 지피는 공간을 깊숙이 만들어 두꺼운 철문을 닫아 두는 우리나라 방식의 함실(函室) 아궁이를 만들었다. 사흘 동안 한옥 3동에 성공적으로 전통 구들을 깔고 아궁이에 첫 불을 지펴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펑펑 쏟아져 나오자 봉사단원과 현지 주민들은 박수를 치며 탄성을 질렀다. 조씨는 "한국의 우수한 구들 문화를 전수받게 돼 기쁘다"며 감격했다.

문화재수리 기능자 곽방지(72·경남 창원)씨는 "동포 마을에 우리 전통 구들을 놓아준다는 생각에 힘든 줄 모르고 일했다"고 했고, 유명성(50·인천 강화)씨도 "동포들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와 구들을 놓겠다"고 다짐했다. 최고령 봉사단원 송병석(78·강원 춘천)씨는 경주 첨성대를 닮은 아담한 굴뚝을 만들어 갈채를 받았다. 30~60대 여성 8명은 직접 고된 작업에 참여하면서도 현지 농산물로 단원들에게 맛있는 삼시 세 끼를 차렸다.

한옥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마친 단원들은 충청도 출신 조선족들만 거주하는 인근 팅옌춘(亭岩村)을 찾아 주민들과 아리랑 등 전통 민요를 함께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단원들은 이어 한국 출신 김학원(59)씨가 운영하는 옌지 시내 사회복지시설 애심원으로 이동해 사흘 동안 머물며 벽돌 나르기와 구들방 미장 공사 등 봉사활동을 했다.

봉사단을 이끈 김준봉 국제온돌학회장은 "조선족 동포들이 한국에서 오히려 외면당하는 우리 전통 구들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감동받았다"며 "우리 전통 구들 문화를 세계 각국으로 전파하는 데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