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잘했다'는 말뿐이었죠. 성과만큼 보상을 받으니 일할 맛도 나고 집에서도 좋아합니다."

도시 개발과 공공 시설물 관리 업무를 하는 안산도시공사 직원 김종하(43)씨는 평사원인 6급이지만 올해 초부터 4~5급 이상이 맡는 팀장으로 승진했다. 회사용 인트라넷과 전산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해 예산 10억원을 절감한 성과를 팀장 승진과 보수 인상으로 보상받은 것이다. 평사원이 팀장을 맡는 일은 다른 공기업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렵지만 안산도시공사에서는 종종 생긴다. 이 공사 인사팀 관계자는 "김씨처럼 동료·선배를 앞질러 승진하거나 보수를 더 받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가능해진 현상"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LG이노텍이 "생산직 현장 사원에 대해 호봉제를 전면 폐지하고 100% 성과주의 인사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 이목을 끌었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노사 합의로 이런 제도를 도입한 곳은 LG이노텍이 처음이다. 하지만 안산도시공사는 민간 대기업보다 훨씬 더 빠른 올해 초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노사 합의로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6급 평사원인 김씨가 팀장 직책을 맡은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안산도시공사는 직원들이 일하고, 성과 낸 만큼 보상받는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다. 최근 일부 공공기관에서 도입에 진통을 겪었던 성과연봉제가 2007년 도입돼 완전히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최근 공사 직원들이 사무실에 모여 포즈를 취한 모습. 직원들은 “일할 맛이 난다”고 입을 모았다.

안산도시공사는 2007년 설립과 동시에 일부 간부를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시작했다. '공기업 3급 이상 간부는 연봉제를 도입한다'는 당시 정부 지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도시공사는 그때부터 "이 기회에 한발 더 앞서가자"며 성과연봉제를 차츰 하위 직급으로 확대했다. 그럴 때마다 일부에서는 "직원들 사기를 죽이고 갈등만 커질 것"이란 우려와 반발이 있었지만 노사는 "열심히 일한 만큼 더 벌 수 있는 합리적 제도를 도입하자"는 데 합의했다.

2007년 처음 도입한 성과연봉제는 이후 2013년엔 6급 직원까지, 올해 들어서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가장 큰 변화는 직원들의 업무 태도가 능동적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예산 절감·사업 유치를 위한 직원 아이디어 제안 건수가 2011년 212건에서 2014년 408건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가급적 외주를 줄여 자체 해결 사업 비중을 늘리자"는 분위기가 커지면서 2012년 5%가량이던 대행 사업비 절감률(전년 대비)이 2013년엔 10% 가까이로 갑절이 늘었다.

직원들의 예산 절감 및 사업 유치를 위한 노력으로 회사 경영 지표도 개선됐다. 2011년 3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14억5000만원 흑자로 돌아섰고, 연 매출은 2011년 233억원에서 2013년 291억원, 지난해 377억원으로 늘었다. 시설물 관리·위탁 사업 위주였던 수익 사업을 '주택개발사업'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직원들이 여기에 적극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공사 측은 설명했다. 특히 안산도시공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2억원으로 공사 창립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공사의 간부(2급) A씨는 "직원들이 능동적으로 뛰게 하고 조직 성과가 오른 중요한 동인은 성과연봉제"라고 말했다.

2013년 성과연봉제가 6급으로 확대되면서 직원 만족도도 커졌다. 공사 측 자체 설문 조사(10점 만점)에 따르면, '인사 제도에 대한 만족도'는 2012년 6.25점에서 2013년 7.65점, '급여 만족도'는 5.63점에서 7.27점으로 뛰었다. 입사 9년 차 유영민(38·5급)씨는 "압박감이 커진 건 사실이지만, 일한 만큼 제대로 보상받았을 때 뿌듯함이 더 크다"고 말했다.

안산도시공사의 성과연봉제는 근무 평정(70%), 개인 평가(20%), 부서 평가(10%)를 종합해 네 등급(수·우·양·가)에 따라 성과급은 최대 100%, 기본 연봉은 최대 50%까지 인상률을 차등하는 방식이다. 사업 유치, 예산 절감 실적, 제안한 사업 아이디어, 태스크포스 참여 여부 등이 개인 평가에 반영된다.

한 부서장은 "성과가 연봉·성과급·승진에 직결돼 능동적으로 일해야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업 문화가 정착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3년 연봉 수준이 비슷했던 두 6급 직원의 연봉은 4년간 인상률 차이가 누적돼 올해 750만원까지 벌어졌다. 공사 인사 담당자는 "3급 이상 고위직은 연봉 차이가 최대 2000만~3000만원까지 난다"고 했다.

안산도시공사처럼 최근 민간·공공 부문에서 성과제는 확장되는 추세다. 성과제나 직무급을 도입한 300인 이상 기업은 2011년 19%에서 지난해 30.8%로 늘었다(고용노동부 조사). 공공 부문에서도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양대 노조 단체의 반발이 거세지만 120개 공공 기관 모두 최근 이사회 의결 또는 노사 합의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