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은 어떤 인물?]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인 육영수 여사의 서거 이후인 1975년 재혼(再婚)을 권유받았지만 "근혜 때문에…"라며 거절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육 여사는 1974년 8월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문세광의 총에 맞아 숨졌다.

이 일화는 지난달 타계한 김재순〈사진〉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 '어느 노정객과의 시간여행'(기파랑)이 21일 출간되면서 공개됐다. 이 회고록은 안병훈 기파랑 대표가 작년 11월부터 김 전 의장과 10여 차례 한 대담을 정리한 것이다. 회고록에 따르면 김 전 의장은 1975년 일본에서 뇌혈전증 치료를 받고 있던 중 일본 정계 막후 실력자인 세지마 류조(瀨島龍三)로부터 "박 대통령에게 꼭 재혼을 당부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세지마 류조는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만주군 시절 박 전 대통령의 상관으로 한·일 외교사의 주요 고비마다 막후 조정자 역할도 했던 인물이다. 김 전 의장이 귀국 뒤 박 전 대통령을 만나 세지마 류조의 당부를 전하자 박 전 대통령은 "나보다는 정일권 국회의장부터 먼저 (새 장가를) 가라고 그러세요"라고 했다. 당시 정 전 국회의장도 혼자 지내고 있었다.

김 전 의장이 다시 한 번 재혼 얘기를 꺼내자 박 전 대통령은 잠시 말을 않다가 "근혜 때문에…"라고 말끝을 흐렸다고 했다. 딸인 박근혜 대통령을 생각해 재혼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김 전 의장은 1962년 세지마 류조의 부탁을 받고 그를 김종필 전 총리에게 소개해줬다고도 밝혔다. 이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는 물론 1962년 '김종필-오히라(大平) 메모' 작성 이전부터 김 전 총리와 세지마 류조 사이에 접촉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