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부총리가 17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적극적 재정 보강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 신중했던 입장에서 한 발 나간 것이다. 엊그제 여·야·정 민생경제 현안 점검회의에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추경에 긍정적인 의견을 냈다고 한다.

올해 1분기(1~3월)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5%에 그쳤다. 게다가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조선사들이 있는 거제·통영 등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일자리가 줄고 바닥 경기까지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미 기준 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25%까지 내려 선제적인 경기 부양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財政)을 풀어 보조를 맞추는 것은 당연하다.

현 정부 들어 추경은 2013년 15조원, 작년 12조원 규모로 두 차례 편성됐다. 하지만 매번 규모가 작고 그나마 절반 가까이 덜 걷힌 세수(稅收)을 메우는 데 쓰였다. 경기는 못 살리고 나라 살림만 축내는 결과를 빚은 것이다. 여기에는 안이한 예측으로 3년 연속 세수 결손을 낸 재정 당국의 책임이 적지 않다. '찔끔' 추경을 반복한 결과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40%에 달해 재정에 적신호만 요란하다.

정부가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경기 흐름을 뒤집을 정도의 대규모 추경에 나서야 한다. 저성장 국면에 빠진 우리 경제의 흐름을 되돌리려면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와 함께 경제에 불씨를 댕길 수 있을 만큼 과감하고 적극적인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 그래야 경기가 살고 그 결과 세수가 늘어 재정도 나아지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구조 개혁과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 체질 개선도 이런 흐름이 일어나야 탄력을 받을 것이다.

올 4월까지 세수도 작년보다 18조원 더 걷혀 대규모 세계(歲計) 잉여까지 기대되고 있다. 정부가 이런저런 핑계로 미뤄온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지분, 산업은행 자회사 매각을 서두른다면 추가 재원 마련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 주식도 앞당겨 매각해야 한다. 이렇게 확보된 자금을 경기 부양 효과가 큰 인프라 건설이나 소비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내수 업종 지원에 집중시켜야 경기가 점화(點火)되고 기업들 일감과 일자리도 생길 수 있다.

정부는 "세수 증가는 일시적이고 재정 악화를 막으려면 대규모 추경은 곤란하다"며 몸을 사리고 있다. 그러나 뜨뜻미지근한 추경이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것이 재정은 물론 경제 전반에도 이롭다. 이왕 추경을 하려면 시장을 놀라게 할 정도로 과감하게 해야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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