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공단 직원이 1급 발암물질인 석면 때문에 건강에 해를 입은 사람들의 집으로 찾아가 ‘석면 피해자 구제제도’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대전에 사는 이모(70)씨는 작년 10월 석면 관련 질병인 '원발성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았다. 흉막과 폐에 종양이 포도알처럼 퍼져 오른쪽 폐를 잘라내야 했다. 집 주변 일대가 재개발되는 과정에서 석면 건축 자재의 분진에 노출돼 발병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수술비를 포함해 총 치료 비용은 1000여만원에 달했다. 아들의 도움으로 수술은 받았지만 폐를 절제해 공기를 마음껏 마시지 못하는 괴로움을 겪어야 했다. 통원 치료와 약값, 생활비 등을 마련할 길이 마땅히 없다는 점도 큰 고민이었다.

하지만 이씨의 걱정은 사라졌다. 집으로 찾아온 한국환경공단 직원의 안내를 받아 '석면피해구제제도' 대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씨처럼 요양급여를 받는 석면 피해자는 현재까지 총 1281명이며, 석면 관련 질환으로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은 583명이다. 피해자와 유족을 합쳐 총 1864명이 약 349억원의 구제급여를 받았다. 이씨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공단의 소개로 구제 제도를 알게 됐다"면서 "담당자가 내 전화를 엄청 많이 받아 짜증이 날 법 했는데도 친절하게 대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단열제나 슬레이트 지붕 등에 쓰이던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2009년부터는 국내에서도 전면 사용 금지됐다. 정부는 2011년부터 그간 석면 광산이나 석면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와 주변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석면 관련 질환으로 고통받을 경우 요양급여(연 121만~509만원)와 매월 요양생활수당(최대 약 131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과거에 석면으로 인한 질환으로 사망했다고 인정받은 피해자의 유족에겐 조위금과 장의비(최대 약 3970만원)를 준다.

공단에선 그동안 석면 피해자 상당수가 고령이거나 거동이 불편한 정보 취약 계층임을 고려해 피해자 또는 피해 의심자를 직접 방문해 안내하는 '정부 3.0 찾아가는 서비스'를 펼쳤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행정자치부, 해당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석면 피해 의심자의 진료 기록과 거주지 정보 등을 공유·확인한 후, 거주지 또는 직장 등을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환경공단 측은 "집으로 찾아가도 문을 안 열어주는 피해자들이 있었다"며 "이런 분들은 집 앞에 안내 책자만 놓고 오는 등의 활동을 통해 구제 신청을 유도했다"고 했다.

공단은 석면 피해 의심자 또는 석면 질환 사망 의심자의 유족의 요청을 받으면 신청서 작성과 구비서류 발급 등을 대행해 주는 '해피콜 서비스'도 진행했다. 전화 안내, 신청서 작성 대행을 마친 뒤엔 석면 피해 인정자의 건강을 수시로 확인하고, 이들의 요구 사항을 들어 제도 개선에 반영하는 등 애프터서비스를 병행했다. 또 근로복지공단과 업무 협약을 체결해 석면 피해자와 그 가족이 석면환경보건센터에서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석면피해 구제제도 확산을 위해 민관이 협력하는 정부 3.0 공공서비스 모델을 구축했다. 석면 피해자가 관련 질환으로 주로 찾게 되는 곳이 병원임을 고려해 국립암센터 등 6개 국가지정 암센터와 함께 석면피해 구제제도에 대한 교육 및 설명회를 개최했다. 최근엔 전국 동네 병원의 호흡기, 내과 등에 관련 정보를 전달해 석면피해 구제제도 안내를 유도하고 있다. 대한영상의학회 및 대한결핵·호흡기학회와 업무협정서를 체결해 상호 정보 교류 및 협력 활동도 확대했다.

공단은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행정자치부가 주관하는 공공기관 정부 3.0 평가에서 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이시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은 "앞으론 그간 제도 안내가 미흡했던 전국 보건소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정부 3.0 찾아가는 서비스를 강화해 석면 피해 의심자를 미리 찾아낼 수 있는 시스템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석면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에게 더 많은 구제의 기회가 열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