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스미스는 영국 남성 가수다. 그런데 작년 그래미상 4관왕에 올랐을 때 수상 소감이 이랬다. "작년 사랑에 빠졌던 그 남자(the man)에게 감사한다. 그에게 차인 덕분에 그래미상 넷을 얻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실연(失戀)보다 '그 남자'라는 말에 놀랐다. 대스타가 수십 개국에 생방송된 시상식에서 용감하게 '커밍아웃'을 했다. 더 놀랍게도 아무 뒷말이 없었다.

▶동성애는 서구에서 특별하지 않다. 문화계만이 아니다. 세계 전쟁터와 재해 지역을 훑고 다니는 CNN 스타 앵커 앤더슨 쿠퍼도 몇 년 전 "나는 게이"라고 했다. '남부 신사(紳士)'로 불리던 애플 CEO 팀 쿡은 커밍아웃할 때 특별한 말을 남겼다. "동료는 내가 게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렇다고 나를 달리 대하지 않는다. 애플은 창의를 사랑하고 구성원의 차이를 껴안을 때 모두가 번영한다는 것을 안다." 편견에 고달파하던 세계의 게이들이 환호했다.

▶동성애자를 대하는 태도는 요즘 사회의 다양성을 증명하는 거울처럼 여겨진다. 한국도 점점 그렇게 변하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광장에서 '퀴어 축제'가 열렸다. '기묘하다'는 뜻의 'queer'는 남성 동성애자를 뜻한다. 반대자들의 맞불 집회도 열렸다. 축제나 집회나 모두 민망했다. 이런 행사를 왜 꼭 도심에서 열어야 할까 싶었다. 다행히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우리도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인가. 유명 인사가 "난 게이"라고 떳떳이 말할 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애플은 동성애 CEO를 내치지 않았다. CNN에서 게이 앵커의 위상도 그대로다. 팬들은 게이 가수가 "멋진 남자"라며 박수 치고 있다. 역시 미국은 개성이 넘치는 나라다. 그런데 서울 퀴어 축제가 끝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미국 올랜도의 유명 게이 클럽이 총기 괴한에 습격당했다. 50명이 희생됐다. 집단학살이었다. 동성애자를 겨냥한 혐오 범죄로 알려졌다. IS를 추종하는 극단주의자가 200㎞ 떨어진 게이 클럽을 일부러 찾아갔다고 한다.

▶성(性)소수자에 대한 시각은 변했다. 세계 인구의 2~13%가 동성애자·양성애자·성전환자를 아우르는 성소수자라는 연구가 있다. 치료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으로 다루자고 한다. 하지만 세계 일부 사회는 여전히 동성애를 죄악으로 여긴다. 중세 마녀사냥 하듯 극단적 징벌로 다루는 곳도 있다. 자유와 다양성, 관용과 포용을 주장하면서도 이런 위험성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올랜도에서 일어난 만행의 무고한 희생자를 추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