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발생 1위를 기록하며 4만명대까지 치솟았던 갑상선암 환자가 작년에 2만명대로 줄어 갑상선암 과잉 진단의 광풍이 수그러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최근 10여 년 동안 초음파로 미세한 갑상선암까지 진단하면서 환자가 급증해 과잉 진단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작년 건강보험에 신고된 신규 암환자 등록에서 갑상선암 환자가 2만3728명으로 위암(2만5761명)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장암(2만2958명), 폐암(1만8426명), 유방암(1만6983명), 간암(1만4132명)순이었다. 갑상선암이 전체 암 발생 순위에서 2위로 떨어진 것은 2009년 이후 6년 만이다.

2012년 암 발생 피크 뒤 감소 추세

[[키워드 정보] 갑상선암의 정의]

갑상선암 환자가 피크를 이룬 것은 2012년 4만2469명이었다. 2001년엔 4410명 수준이었으나, 지난 12년간 연평균 23%의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2013년에 4만811명(-3.9%)으로 소폭 준 데 이어 2014년 3만765명(-24.6%), 작년 2만3728명(-22.9%)으로 크게 줄었다. 3년 새 1만8741명(44.1%)이나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는 2014년 3월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가 결성돼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 암 과잉진단 문제를 제기한 게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에 앞서 갑상선학회는 2010년 '갑상선에서 발견되는 0.5㎝ 이하의 작은 결절(혹)은 검사나 치료를 하지 말고 지켜봐도 된다'는 갑상선암 진단 권고안을 내놓은 바 있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교수는 "초음파로 갑상선 진단이 성행하면서 미세한 혹덩어리는 그대로 둬도 되는데 과잉 진단·치료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갑상선 암환자가 준 것과 관련, "여성들은 건강검진에서 유방암 이상 소견이 나오면 초음파로 유방은 물론 갑상선까지 검사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에는 유방암 검진 정확도가 높아져 유방암 이상 소견 비율이 줄면서 갑상선 초음파 사용 자체가 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갑상선암=로또암'이라며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들이 대거 수술을 받았으나, 최근에는 일정 기준 이하의 갑상선암은 진단비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액수가 적어진 것도 감소 원인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갑상선 진단 기준 한국 0.5㎝, 미국 1㎝

갑상선 수술도 줄어들었다. 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수술건수가 2013년 4만건이 넘었는데, 2014년 3만7000건, 작년 2만6000건으로 감소했다. 정기욱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갑상선 혹 크기가 0.5㎝ 이하라도 예전에는 조기 치료 목적으로 수술하는 게 대부분이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지속적으로 관찰을 하거나, 진단을 받아놓고도 수술을 하지 않는 경우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류준선 국립암센터 갑상선암센터장은 "임파선 전이가 없거나 가족력이 없으면 1㎝ 이하 혹의 경우, 환자와 협의해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변한 것도 감소 원인"이라고 했다. 최근 미국 갑상선학회는 과잉진단을 예방하기 위해 갑상선암의 진단 기준을 1㎝로 조정했다. 박은철 교수는 "갑상선암에 대한 국민과 병원의 인식 변화로 앞으로 갑상선암의 새로운 진단·치료지침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