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고통, 정신적 외상 트라우마란?]

경기 안산시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후 겪어온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분석한 연구가 나왔다. 이동훈 성균관대 교수 연구팀은 '세월호 재난으로 친구를 잃은 청소년 외상 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라는 논문을 최근 한국심리학회지에 실었다. 이 교수팀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 단원고 인근 중·고교에 긴급 투입돼 학생들의 심리 상담을 했던 상담사 9명을 4개월에 걸쳐 심층 인터뷰한 뒤 학생들의 행적을 추적 조사했다.

논문에 따르면, 세월호 희생자와 직접적으로 알고 지내오던 안산 지역 청소년들에게서 학업 중단, 게임 중독, 자살 시도, 환청(幻聽) 등 29가지의 증상이 나타났다. 일부 학생은 충격으로 인해 단순한 그림 그리기도 할 수 없을 만큼 인지(認知) 기능이 저하됐다. 또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전거를 일부러 타는 등 '자기 처벌적 행동'을 한 학생도 있었다.

연구팀은 "자살 시도를 한 학생들도 있었다"고 했다. 공부할 의욕을 잃고 비행(非行)에 빠진 학생들도 상당수 있었다. 연구팀과 심층 인터뷰한 상담사는 "연예인 지망생이었던 한 학생이 '내가 친구들을 다 잃었는데 어떻게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연예인을 하겠느냐'며 배우 꿈을 접고 자퇴를 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한 학생은 세월호에 탔다가 희생된 친구와 언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배 사고나 나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세월호 참사가 나자 게임 중독에 빠져들었다고 상담사들은 증언했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소화기 계통 질환, 체중 감소를 겪었다. 또 '죽은 친구들이 보이고 목소리가 들린다'며 환시(幻視)·환청을 호소했다.

한 상담사는 연구팀에 "아이들이 감정 조절이 안 된 상태에서 일상생활을 하고 있어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 그래서 안산에 시한폭탄들이 걸어 다니고 있다고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청소년기에 입은 트라우마는 대인 관계와 학업, 사회성 발달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꾸준한 심리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