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기본소득' 정책 논란... 복지일까? 포퓰리즘일까?]

'국가가 모든 국민의 월 300만원 소득을 책임진다. 일을 하지 않아도 '무조건' 돈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 세금도 없다.'

스위스가 오는 5일(현지 시각) 이런 파격적인 내용을 담은 헌법 개정안을 놓고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스위스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전 국민에게 '기본 소득'을 지급하는 국가가 된다. 개정안은 기본 소득의 구체적 기준을 법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 제도 도입을 추진해온 '지식인모임'은 성인에게 월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 미성년자에게 월 650스위스프랑(약 78만원)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본 소득보다 적게 버는 사람은 차액만큼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식인 모임은 지난 2013년 헌법 개정을 위해 13만명이 서명한 청원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스위스에선 10만명 이상이 청원하면 국민투표가 실시될 수 있다.

지식인모임 측은 "직업이 없는 국민도 기본적 생활을 보장받아야 하고, 직업이 있어도 생계를 위해 원치 않는 일을 억지로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생계가 보장된 상태에서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해야 경쟁력과 생산성, 인간의 품격이 모두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위스 정부는 "기본 소득 전면 도입에는 연방 정부 1년 예산(670억스위스프랑)의 3배가 넘는 2080억스위스프랑(약 250조원)이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여론조사에선 부결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왔다. 스위스 미디어그룹 타메디아가 지난 25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기본 소득 도입 반대가 61%로 찬성(37%)보다 높았다. 공영방송 SRF 조사에서도 반대(71%)가 찬성(26%)을 압도했다. 노동 의욕을 떨어뜨리는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여론이 우세한 것이다.

기본 소득 개념은 다른 국가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핀란드는 모든 국민에게 월 800유로(약 100만원)를 지급하는 대신 기존 복지 혜택을 폐지하는 방안을 오는 11월 확정하기로 했다. 네덜란드에선 위트레흐트 등 19개 도시가 월 900유로(약 120만원) 지급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