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지하철 스크린도어 보수 작업을 하다 전동차에 치여 사망한 김모(19)군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된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고 현장인 '9-4 승강장' 유리벽엔 숨진 김군을 기리는 포스트잇(접착식 쪽지) 600여장이 붙어 있었다. 구의역 역무실 옆에 별도로 마련된 추모의 벽엔 포스트잇 1200여장이 더 붙었다. 추모의 벽 앞엔 조화(弔花) 100여 다발과 김군의 가방에 들어 있던 것과 같은 컵라면, 생일 케이크 등이 놓여 있었다.

이곳에 추모 포스트잇이 붙기 시작한 것은 사고 이틀 뒤인 지난 30일. 그로부터 이틀 만에 1800여장으로 늘었다. 그 후 '9-4 승강장'과 대합실 추모의 벽 앞에는 늘 30여명의 사람이 모여 있다. 대부분이 20·30대다. 서울시립대·부산대·한림대 등 대학 캠퍼스에도 추모의 벽이 만들어졌다.

1일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 스크린도어 양측 안전벽에 지난 28일 이곳에서 정비 작업을 하다 숨진 김모(19)씨를 애도하는 글이 빼곡히 붙어 있다. 시민들이 놓고 간 국화도 한쪽에 쌓여 있다.

[[키워드 정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만든 '감정 공동체']

이들이 남긴 추모 글에는 성실히 일하다 죽음을 당한 또래 청년에 대한 공감과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나도 당신처럼 영세 업체에 취업해 일하는 공고생이다. 당신의 죽음을 보면 남 일 같지 않다'는 등의 글이 주를 이뤘다. 대학원생 고모(31)씨는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건설 현장에서 안전띠 없이 아시바(비계) 타고 올라가 작업한 적이 셀 수도 없다"며 "나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 김군과 다를 게 없는 처지"라고 했다. 무엇보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열악한 상황을 비판하는 글이 많았다. '인건비 아끼겠다고 20년도 채 못 산 청년을 죽였다' '우리가 소모품인가. 왜 생명을 담보로 노동을 해야 하나'라는 글이 이어졌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20·30대는 불안정한 노동시장, 불확실한 미래,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사회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김군의 일이 자신의 삶과 맞닿아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했다.

김군에 대한 추모는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됐다. 김군을 추모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는 개설 이틀 만인 1일 현재 회원 수 5300명을 넘어섰다. 시시각각 변하는 추모 공간의 모습, 매일 오후 7시 '9-4 승강장' 앞에서 진행되는 침묵시위 일정은 SNS를 통해 20·30대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SNS는 어떤 사건에 대한 느낌, 해석이 공유되는 '감정의 공동체'"라며 "젊은이들은 SNS를 통해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도 문제로 보는구나'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 추모의 벽을 찾은 기성 정치권 인사들은 냉대를 받기 일쑤다. 여야(與野) 모두에 "추모는 시민들이 할 테니 당신(정치인)들은 당신들 일이나 하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 31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방문한 직후 온라인에선 '당신들이 만든 법이 대체 얼마만큼의 목숨을 앗아갔는지 알기나 하느냐'는 글이 이어졌다. 같은 날 유족을 만나 사과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도 "서울시 산하기관(서울메트로)에서 청년들이 죽어가는 동안 박 시장은 무얼 했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가 붙인 포스트잇 위엔 '민생 1번지라고요? 와서 뭘 한 건데요. 악어의 눈물 보이게요?'라는 쪽지가 붙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트위터에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덜 위험한 일을 택했을지 모른다'는 글을 남겼다가 청년들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