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아이를 받지 않는 숙박 시설이 있다. 교토의 '호시노야'라는 료칸(旅館)이다. 부모가 데려와도 어린이는 숙박할 수 없다. "차별 아니냐"는 항의가 있었다. 그래도 굽히지 않는다. 백 년 된 목조(木造) 전통 가옥을 고쳐 지었다. 조금만 뛰어도 울림이 집 전체로 퍼진다. 주인의 철학은 이렇다. 조용한 휴식을 위해 만든 공간이다. 어른 손님의 쉴 권리가 어린이 손님의 뛰어놀 권리보다 중요하다.

▶일본은 남에게 폐 끼치는 걸 금기로 여긴다. 공공장소에서 자주 듣는 소리가 "조용히 해!" 하는 엄마 목소리다. 뛰어다닌다고 뺨을 후려치는 장면까지 봤다. 이렇게 아이들을 가르쳐놓아도 아이를 받지 않는 식당이 꽤 있다. 받아도 고립된 공간에 자리를 준다. 그런데 일본엔 이런 식당보다 아이를 우대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훨씬 많다. 싸고 친절하고 넓다. 어떤 곳은 공짜 장난감도 준다. 종일 아이를 달고 살아야 하는 엄마도 편하게 친구를 만날 수 있다.

▶프랑스·독일 부모도 엄격하다. 아이가 소란 떠는 걸 두고 보지 않는다. 레스토랑에 갈 때는 될 수 있으면 아이를 떼어놓고 간다. 아이를 데려갈 곳, 안 데려갈 곳을 부모가 분별하는 문화다. 미국도 비슷하다. 저녁 외식은 대개 어른들의 사교 자리다. 그래서 보모들 일거리가 많다. 한 시간에 2만원가량 받는다. 중산층에겐 그리 큰 부담이 아니다. 애완동물 맡기는 값보다 싸다.

▶이런 나라일수록 명시적으로 아이 출입 막기를 삼간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나오는 '노 키즈 존(No Kids Zone·어린이 출입 금지)'이라는 말은 영미권에서 흔히 쓰지 않는다. 몇 년 전 미국 텍사스의 한 식당이 어린이 출입을 막았다가 욕을 먹은 일이 있다. 인종·성(性)처럼 아이라고 무조건 막는 것도 차별이기 때문이다. 설득력이 있다. 어른보다 점잖고 조용한 아이도 많지 않은가. 아이보다 까불고 떠드는 어른도 많지 않은가. 취하면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 일부 엄마가 어린이를 받지 않는 업소에 불매운동으로 맞서고 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업소들이 이럴까 이해가 간다. 우리 아이들은 공공질서를 더 철저히 익혀야 한다. 아무리 그래도 어린이 모두를 막는 것은 지나치다. 주정뱅이가 난동을 부렸다고 어른 출입을 모두 막는 식당은 없다. 나이가 아니라 행동이 문제다. 아이 소란을 내버려두는 손님을 몇 번 단호하게 내보내면 '노 키즈 존' 선언 이상의 효과를 거둘 듯하다. 무엇보다 싸고 넓은 패밀리 레스토랑이 엄마들 주변에 더 많이 생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