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 먼지가 5월 최고치인 ㎥당 100㎍('매우 나쁨' 단계)을 넘은 지난 26일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가 집의 창문을 모두 닫고, 사람이 전혀 움직이지 않을 때의 실내 초미세 먼지 농도를 측정해 보니 바깥의 절반에 못 미치는 30~40㎍ 수준이었다. 그런데 마루에서 방으로 이동하는 등 일상적인 활동이 시작되자 농도는 1시간 안에 70~80㎍으로 높아졌다. 여기에 진공청소기를 돌리니 농도가 실외 수준을 초과한 110㎍까지 올랐다. 최고치는 삼겹살을 구울 때 찍었다. 초미세 먼지 농도는 당시 실외 농도의 5배인 500㎍까지 상승했다.

앞서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환경부가 아파트와 단독 주택 34곳의 주방 공기 오염 정도를 조사한 결과 요리할 때 초미세 먼지 농도는 이전(58㎍)보다 평균 2배가량 높은 118㎍으로 나타났다.

UNEP(유엔환경계획) 보고서에 나타난 조리 과정에서의 실내 공기 오염 심각성은 저개발국의 실내 공기 실태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실내 공기 오염이 실외 공기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돼 있다.

가정집 실내 오염 발생원과 유해성 정리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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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다른 활동보다도 특히 음식을 조리할 때 초미세 먼지 등 오염 물질이 많이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각종 요리 재료에 함유된 물질이 불에 구워지는 과정이 원리상 자동차와 발전소의 연료 연소 과정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희관 인천대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자동차 엔진에서는 휘발유나 경유 등 탄소 연료를 연소하면서 초미세 먼지·이산화질소 등 각종 대기오염 물질이 발생하게 되고, 삼겹살의 경우 지방이 타면서 각종 오염 물질이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고 했다.

이런 과정이 실외와 달리 공기 확산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실내에서 진행되면 짧은 시간에 초미세 먼지 농도가 급속히 올라간다는 것이다. 또 폼알데하이드 등 몸에 해로운 유해 화학물질도 배출돼 신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기에다 방향·탈취제, 가구·소파 등에 사용된 접착제·방부제 등에서 나온 다른 화학물질 등이 실내를 떠돌다 초미세 먼지에 달라붙어서 사람의 호흡기와 폐로 들어가면 호흡기 질환 등을 유발시킬 수도 있다.

고려대 손종렬 보건환경융합과학부 교수는 "실내 공기 질을 위협하는 건 초미세 먼지뿐 아니라 각종 공산품과 생활화학제품에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곰팡이, 애완동물에서 나오는 각종 바이러스, 세균, 진드기 등 다양하다"며 "어린이의 경우 단위 체중당 먹고 마시고 숨 쉬는 대사량이 성인보다 50% 이상 크지만 신경·호흡·생식기관은 아직 발달 중이어서 실내 공기 오염에 더 취약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주방 실내 공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조리대 후드를 꼭 사용하고, 대기오염을 고려해서 적정한 시간에 환기를 자주 해야 한다고 했다. 이희관 교수는 "평소에 수시로 레인지 후드 등 기계 환기 설비의 청결 상태를 확인하고,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는 집 안 곳곳의 창문을 열고 레인지 후드를 켜서 환기한 후 요리를 시작하는 게 좋다"며 "요리 시 주방뿐만 아니라 거실의 오염 물질 농도가 증가하므로 아이들은 방에서 문을 닫고 머무르게 하는 것을 권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오염 물질 발생량은 조리 시간에 비례하므로 가급적이면 조리는 짧게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요리가 끝난 후에는 창문을 30㎝ 이상 열고 15분 이상 환기를 해 주는 게 좋다. "장시간 환기를 하려면 자동차 등이 많이 다니는 출·퇴근 시보다 낮 시간대에 하는 게 낫다"며 "최근처럼 대기 중 초미세 먼지 농도가 짙은 날에는 구이와 튀김요리같이 초미세 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조리는 되도록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배귀남 KIST 박사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