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이날 오후 국회에 재의요구안이 접수됐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헌법 제53조에 따라 재의에 붙이게 돼 있는데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느냐, 20대 국회에서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되느냐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제정부 법제처장은 이날 "국회법과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에 1차적으로는 국회가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헌법 제51조의 단서에 임기 만료 후 안건이 폐기된다고 돼 있다"고 밝혔다. 헌법 제51조는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 기타 의안은 회기 중에 의결되지 못한 이유로 폐기되지 아니한다. 다만 국회의원이 임기가 만료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돼 있다. 29일 이후로는 국회의원 임기가 만료돼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기 때문에 그때까지 의결되지 못한 법안은 폐기된다는 뜻이다.

여야(與野)의 법리적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회기 내에 재의결 절차를 밟지 않을 경우 법안이 자동 폐기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20대 국회에서 재의결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9대 국회의원들이 의결한 법안을 20대 국회의원들이 재의결하는 것은 국회법 등 법리에 맞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법안의 연속성을 보면 19대 (국회)에서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해 20대 (국회)에서 재의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헌법학자들이나 법률가들의 해석에 의하면 계속된다고(20대 국회에서 재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야 3당(더민주·국민의당·정의당)은 20대 국회가 개원하면 해당 법안의 재의결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헌법상 명백하게 국회 임기 만료까지 최종 의결되지 않은 법률안은 폐기하게 돼 있으므로 자동 폐기가 맞다"며 "정치적 해석을 할 게 아니라 법리적 해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국회법 개정안은 본회의에서 의결된 안건으로 의결된 안건은 헌법 제51조 항목에 의거해 폐기할 수는 없다"면서 "또 대통령이 국회가 재의결할 시간도 주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 폐기를 사실상 최종 결정하는 것은 헌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소관 사무를 담당하는 국회사무처는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한 해석을 유보 중이다. 국회사무처는 이날 "국회사무처는 현재까지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하여 어떠한 결정도 내린 바 없고, 법률적 검토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