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핑한 엄지손가락 - 지난 18일(현지 시각) 방송된 미국 골프 채널의 한 프로그램에서 박인비가 인대 부상을 당한 왼손 엄지손가락 주변에 테이핑을 한 채 인터뷰하는 모습.

지난 11일 미국으로 떠나기 전 팬들을 위한 기념 골프 모자에 사인을 하다 박인비(28)가 얼굴을 찡그렸다. "왼손으로 모자를 쥐니 갑자기 엄지손가락에 울리는 느낌이 와요." 본인은 물론이고 그 이야기를 들은 주변 사람들도 가슴이 내려앉았다. 왼손 엄지손가락 인대 부상으로 한 달 가까이 클럽도 잡지 않고 국내에서 치료를 했는데, 모자를 편하게 쥘 수 없었던 것이다.

박인비는 지난 23일 막을 내린 LPGA 투어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2라운드 도중 왼손 엄지손가락 통증을 이유로 기권했다. 1라운드에서도 3오버파 74타로 부진했다. 지난 3년 메이저 3개 대회 연속 우승, 메이저 대회인 위민스 PGA 챔피언십 3연패, 커리어 그랜드 슬램 등 눈부신 기록 행진을 벌여온 박인비가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올해로 투어 생활 10년째인 박인비는 10개 대회에 출전하면 어릴 적 꿈꾸었던 LPGA 명예의 전당 가입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포인트는 이미 지난해 획득했다. 그리고 112년 만에 골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복귀하는 리우올림픽에서도 강력한 메달 후보로 꼽혔다. 세계 랭킹 2위 박인비와 1위 리디아 고가 금메달을 다툴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박인비 골프선수는 누구?]

하지만 올해 들어 박인비는 두 차례나 한 달씩 투어 활동을 중단했다. 지난 1월 시즌 개막전인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선 허리 통증 때문에 한 달을 쉬었다. 몸을 추스리고 투어에 돌아온 박인비는 3월 하순 KIA클래식에서 2위를 차지하며 제 기량을 되찾는 듯했지만 4월 하와이 롯데 챔피언십에서 공동 68위를 기록한 뒤 또 한 달 휴식을 결정했다. "왼손 엄지손가락 인대가 늘어나 제대로 스윙을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여전히 컨디션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평소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다 스윙을 하면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 사이 V자 부위에 통증을 느낀다고 한다. 다운스윙 때 그립을 놓치는 일도 있다. 검사를 해보니 염증도 남아 있는 상태여서 라운드 땐 테이핑을 해야 한다.

박인비는 이번 주 볼빅 챔피언십과 다음 달 9일 개막하는 위민스 PGA챔피언십에 출전한 뒤 8월 리우 올림픽 출전 등 향후 일정을 결정할 예정이다.

박인비는 메이저 대회인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사상 초유의 4연패에 도전한다. 볼빅 챔피언십과 이 대회에 출전하게 되면 명예의 전당 가입 조건(10년간 한 해 10경기 이상)을 충족시키게 되며, 1라운드를 마치고 대회장에서 명예의 전당 헌액식도 치르게 된다. 박인비는 25일 LPGA 투어 홈페이지를 통해 "왼손 엄지손가락에 통증이 남아 있어 스윙에 영향을 받고 있다. 다만 물리치료를 통해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