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의회는 24일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지역발전기금 원리금 상환 예산 957억원을 포함한 '경남도 1차 추경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경남도는 오는 31일 추경예산을 집행해 지역발전기금에서 빌려 쓴 원금과 이자 957억원을 모두 갚을 계획이다. 이 돈을 갚으면 경남도의 지자체 채무(債務)는 모두 사라진다. 전국 광역자치단체(시·도) 가운데 최초로 '채무 제로(0)'가 되는 것이다.

경남도의 빚은 2003년 1158억원에서 2006년 3363억원, 2010년 7659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었다. 2013년엔 1조3488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루 이자만 1억원에 달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지방 세수(稅收)가 줄었는데도 선심성 민자사업 등 씀씀이는 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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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보궐선거로 당선된 홍준표 경남지사는 이듬해인 2013년 재정점검단을 신설해 민자사업 재편과 출자·출연기관 통폐합, 기금 정비 등 본격적인 부채 감축에 착수했다.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신규 사업에 대한 심사도 더욱 깐깐하게 했다.

경남도가 추진한 '씀씀이 줄이기'의 대표 사례는 거가대로 MRG(최소 수입 보장) 방식을 변경해 최근 4년간 2371억원을 줄인 것이다.

또 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 구조 조정을 통해 연간 운영비 75억원을 아낄 수 있었고, 70개였던 도내 각종 축제도 43개로 줄여 42억원의 경비를 절감했다. 경남도는 지난해 중소기업 육성기금(1179억원), 체육 진흥 기금(110억원) 등 12개 기금(基金)을 없애면서 1377억원을 확보했다. 지역개발 기금 이익잉여금 2660억원도 일반회계로 돌려 돈을 마련했다. 체납세 징수와 지방세 비율 확대 등으로 지난 3년 동안 세입도 1000억원가량 늘었다.

경남도는 이렇게 확보한 돈으로 빚을 갚았다. 그래서 2013년 1월 1조3488억원이던 채무는 2014년 말 7687억원, 2015년 말 1957억원으로 줄었다. 홍준표 지사는 "채무 제로를 통해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은 만큼 이제부터 매년 2000여억원의 재원을 마련, 미래 50년 사업과 서민 복지 사업, 서부 대개발 등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도의 '채무 제로'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행정자치부 정정순 지방재정세제실장은 "가정 경제도 그렇듯이 지자체도 빚 없이 일하는 게 베스트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채무 제로'가 절대 선(善)은 아니다. 지역의 특성, 미래에 대한 투자 등을 감안, 빚에 대한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혜수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은 "불필요한 사업을 줄여 예산 절감을 하는 노력은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필수 사업들을 집행하는 데 필요한 일부 채무는 남겨두는 방식으로 예산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를 제외한 다른 광역자치단체는 1년 예산의 10~30%를 차지하는 부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8개 특별·광역시의 채무는 2014년 말 기준 서울이 5조3268억원(예산 대비 19.5%)으로 가장 많고 인천 3조2581억원(〃 37.53%), 부산 2조8677억원(〃 27.98%), 대구 1조8724억원(〃 28.19%), 광주 8922억원(〃 21.5%), 대전 6696억원(〃 15.3%), 울산 5158억원(〃 16.05%), 세종 1220억원(〃 11.21%) 등의 순이다. 광역도의 경우 경기도가 3조6305억원의 채무(예산 대비 18.94%)로 가장 많다.

한편 2년 전 빚이 7900억원에 달해 파산 위기까지 몰렸던 경기도 용인시도 부채를 1190억원까지 줄였다. 용인시는 내년 초엔 남은 빚마저 다 갚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