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靑 거부권 금기시할 이유 없다"]

상시(常時) 청문회를 가능하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가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법이 시행돼 상시 청문회가 현실화할 경우 직접적인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되는 청와대는 거부권 행사에 신중한 입장인 반면, 대야(對野) 협상을 주도해야 하는 새누리당의 정진석 원내대표는 오히려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청와대는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야당과의 충돌 외에 국회에서 재의결이 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국회에서 재적 과반 의원이 출석해 3분의 2가 찬성하면 그대로 법률로 확정된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20대 국회에서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여당이 과반 의석을 가진 19대와 달리 20대 국회는 두 야당이 167석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원 300명 전원이 출석한다고 가정하면, 여당 122명 중 30여명만 이탈해도 재의결이 가능하다. 새누리당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122명 중 친박계는 70여명, 비박계는 50명 정도로 분류된다. 비박계가 이번 국회법 의결 때처럼 이탈하면 재의결이 불가능하진 않은 것이다.

반면 정 원내대표는 "비박계의 이탈 가능성을 겁낸다면 박근혜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정 원내대표는 거부권 행사를 통해 친박·비박으로 갈라진 당을 결집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