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존 리(48) 전 옥시 대표(현 구글코리아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이 가습기 살균제가 태아(胎兒)의 폐 손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은 태아 때 옥시 살균제에 노출된 2명과 출생 후 10일까지 옥시와 홈플러스 제품에 노출된 1명이 살균제로 폐 손상을 입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는 사람이 살균제를 직접 흡입(吸入)해서 생기는 폐 손상뿐 아니라 산모가 태아에 영향을 주는 생식(生殖)에 의한 폐 손상도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검찰이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은 역설적이게도 옥시에 유리한 보고서를 써준 혐의로 구속된 서울대 조모 교수의 실험 결과에 따른 것이다. 조 교수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인 PHMG의 독성 실험을 했는데, 이 실험에서 임신한 쥐의 배 속에 있는 새끼 15마리 중 13마리가 죽었다. 조 교수는 이 실험 결과를 제출하지 않았으나 검찰 수사를 통해 이 같은 실험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은 이날 존 리(48) 전 옥시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옥시 대표였던 그는 가슴 통증, 호흡곤란 등 제품 부작용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민원이 여러 차례 들어온 것을 알면서도 무시하고 판매를 계속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한국말로 "정말 가슴 아픕니다"라고 말한 뒤, 영어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피해자와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애도한다"고 했다. 구글코리아 대표로 있는 그는 2014년과 2015년 일부 매체가 '대학생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외국인 CEO'로 선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