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전통적 여권(與圈)의 텃밭인 부산·경남(PK)으로 진격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주춤하자 야권(野圈)은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이 지역 출신 대선 주자들을 앞세워 PK를 자신들의 영역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모 행사는 이 같은 움직임에 본격 시동을 거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文 "부산 덕분에 1당 됐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지도부는 물론 당선자 전원이 23일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다. 양당은 추도식에 앞서 각각 PK 지역 민생(民生) 관련 일정을 잡았다. 더민주는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을 찾아가 노조·경영진·협력사와 차례로 간담회를 갖는다. 국민의당도 부산 상공회의소에서 최고위원회와 함께 지역 경제 현안 간담회를 개최한다. 가장 적극적인 건, 노 전 대통령의 직계인 더민주 친노(親盧) 진영이다.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는 측근 인사들과 함께 이날 추도식에 집결한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1일 이미 부산시민공원에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노랑 콘서트'에 참석해 "부산 덕분에 우리 당은 전국 정당이 됐고, 제1당이 됐다"며 "부산시민들이 만들어주신 소중한 희망을 키워나가서 정권 교체를 하겠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있는 추모의 집을 찾은 참배객들과 지지자들이 노 전 대통령의 유품과 사진 등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흔들리는 PK

야권이 PK 공략에 적극 나선 것은 총선에서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19대 총선 당시, 부산(18석)과 경남(16석)에서 민주통합당으로 각 1석씩을 얻는 데 그쳤던 야권은 20대 총선을 통해 부산(18석)에서 5석(더민주), 경남에서 4석(더민주 3석, 정의당 1석)을 얻는 성과를 올렸다. 국민의당의 경우, 지역구 의석은 얻지 못했지만 부산에서 20%, 경남에서 17%의 정당 득표를 얻었다. 20대 총선의 경우, 부산 지역 야권 정당 득표율을 모두 합치면 52%로 41%를 얻은 새누리당을 11%포인트 앞선다.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정당 득표율이 51%였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정당 득표율을 합친 수치가 39%였던 점을 감안하면, 전세가 역전된 것이다. 경남 또한 19대 총선 당시 여당과 야당의 정당 득표율이 각각 53%와 35%였던 반면, 20대 총선에서는 44%와 47%로 뒤집혔다. 이런 분위기는 2년 전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감지됐다. 2010년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가 55% 득표율로 민주당 김정길 후보(44%)를 여유 있게 따돌렸지만 2014년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50%)가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선 오거돈 후보(49%)와 1%포인트 차 박빙 승부를 벌였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누구?]

◇PK 야권 후보 풍년

차기 대선에서 여권은 부산 출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하지만 총선 참패 후 김 전 대표의 지지율은 급락하고 있다. PK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발표한 5월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PK 지역에서도 7% 지지율로 4위에 그쳤다. 1위는 안철수 대표(19%)였으며, 문재인 전 대표(14%), 오세훈 전 서울시장(9%)이 뒤를 이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3%였다. 야권은 대선에서 PK 지역의 야당 지지율 이상으로 많은 표를 가져올 수 있다는 예측을 하고 있다. 안 대표, 문 전 대표, 박 시장이 이 지역 출신이다. 국민의당 한 지도부 의원은 "현재 야권의 '투톱'인 안철수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의 가장 큰 경쟁력 중 하나는 부산, 경남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