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복귀 선언도 없이... "저녁이 있는 삶" 외친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22일 "국민의 분노와 좌절을 담아낼 그릇에 금이 갔다"며 '새판 짜기'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며칠 전 광주에서 열린 5·18 기념식 직후에도 같은 얘기를 했다. 7월쯤 내년 대선을 향한 구체적인 생각을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범여권에선 정의화 국회의장이 며칠 후 연구단체를 출범시킨다. 새누리당 비박(非朴)계를 포함해 일부 야권 사람까지 참여하는 것을 보면 단순한 연구단체라고 보긴 어렵고 신당 창당까지 염두에 두는 것일 수 있다. 아예 새누리당을 대체하는 '새로운 보수 정당'을 목표로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다.

과거 대선 때에도 기성 정당에서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낮은 사람들이 모여 기존 정치 구도의 틀을 깨고자 했던 시도들이 있곤 했다. 이번 경우는 총선 후의 정치권 상황 전반을 감안했을 때 정치인 몇 사람의 개인적 모색을 넘어 더 큰 흐름을 형성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손·정 두 사람이 그런 흐름의 주역이 될 수 있을지, 그 흐름의 한 작은 물줄기에 불과한 것인지는 더 두고봐야 할 것이다. 어쨌든 현 정치 시스템의 비생산성에 고개를 저어온 국민들 가운데는 이런저런 정계 개편 시도에 기대를 거는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4월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제1당을 우선 심판했고, 1당과 2당이 함께 누려온 '적대적 공생(共生)' 구조에 대해서도 불신을 확실히 표시했다. 그럼에도 총선 후 새누리당은 '도로 친박(親朴)당'으로 흘러가려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더민주당도 '친노(親盧) 강경파'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치열한 고민을 보여주지 못하고 의석 수에만 안주하는 모습이다. 국민의당 역시 새 비전을 보여주기보다 기성 정당화로의 길을 가고 있고, 지역당이라는 비판마저 듣기 시작했다.

기성 3당이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 희망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기존 정치 시스템을 갈아치워야 한다는 국민 바람에 기반을 둔 시도들이 회오리를 몰고올 것이다. 국민이 정치에 대해 느끼는 불신과 분노는 4·13 총선의 이변(異變) 한 번으로 해소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정계 개편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기성 정당에 더 이상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비판하려면, 3류 또는 4류 소리를 듣는 정치를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 명확한 비전과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꿈을 주는 게 아니라 단순히 또 하나의 '권력 추구 집단'이 등장했다는 말이나 듣는다면 정계를 개편하는 게 아니라 정계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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