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벌어진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모(34)씨는 범행 당시 우연히 공용 화장실에 들른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삼아 무참히 살해했다.

피해 여성과 일면식이 없던 김씨가 “평소 여성에게 무시를 당해왔다”고 진술하면서 그가 평소에 여성을 ‘혐오’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끔찍한 ‘묻지마 범죄’를 저질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범행 당시 피의자 김씨의 심리 상태는 어땠을까. 범죄학자들은 김씨가 보인 극단적 공격성을 ‘적대적 공격’으로 분류하고 있다. 금품 절취나 강간 등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격성을 보인 것이 아니라 왜곡된 자아와 우울 증상, 불안 심리가 공격으로 표출됐다는 말이다.

이런 심리 상태는 보통 해당 인물의 성장 환경과 가정 생활, 사회에서의 교우 관계, 교육 정도, 군 생활, 취업 상태 등을 통해 추정해 볼 수 있는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피의자의 성장 환경과 심리 상태 등을 철저히 조사해 불특정 다수인을 향한 묻지마식 범죄의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 좀 더 근본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씨가 공용 화장실에 드나드는 많은 사람 중 20대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은 그의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범죄학 고전 이론 중에는 ‘합리적 선택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범죄자는 범행에 성공하기 위해 범행 대상·시간·장소 등을 자신에 유리하게 선택한다는 것이다. 김씨가 여성을 혐오해서 피해 여성을 노렸을 수도 있지만 범행시 자신의 신체적 피해를 줄이고 범행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여성을 의도적으로 선택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호순이나 유영철 등 연쇄살인범들이 여성만을 타깃으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반(反)사회적 성향’을 가진 인물로 볼 수도 있다.

김씨는 조현병(정신분열증)으로 4차례 병원에 입원했다. 마지막 퇴원 후 두 달 만인 지난 3월 가출하면서 약물 복용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다니던 신학 대학원에서 잘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일하던 식당에서도 주문 응대 등을 잘 받지 못해 주방 보조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또한 사건 발생 당일 전부터 계속 똑같은 옷만 입고 씻지도 않고 나타나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당시에는 범행에 쓴 칼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이 같은 김씨의 행적을 토대로 추론해보면 그가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어려운 상태였던 점을 알 수 있다.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는 “범행의 원인 중 하나로 교회·신학대학원 등에서의 지속적인 좌절과 부적응을 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