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도 배 속 아기도 모두 사망했습니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의 한 법정에서는 가습기 살균제로 수많은 사망자를 낸 옥시의 신현우(69) 전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열렸다. 이들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사례를 읽어내려가던 검사가 갑자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볼가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와이셔츠 소매로 닦았다. 판사와 피의자, 변호인들은 아무 말 없이 지켜봤다. 법정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검사가 읽은 피해 사례는 안성우(39)씨 가족 얘기였다. 임신 7개월이었던 안씨의 아내는 2011년 2월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주 뒤 숨졌다. 배 속에 있던 둘째도 함께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첫째 아이도 폐 질환을 앓고 있다. 안씨는 가습기 살균제 '세퓨'가 원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검사는 심호흡을 한 뒤 다시 말문을 뗐다. 그는 "업체 대표들은 독성 실험을 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를 시중에 판매하도록 했고, 그로 인해 84명이 숨졌다"며 "죄질 등을 감안할 때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신 전 대표의 변호인은 "독성 실험을 생략하자고 결정한 것은 신 전 대표가 아니라 영국 본사"라고 맞섰다. 검사와 변호인 간 공방이 오가면서 오전 10시 30분에 시작된 영장실질심사는 3시간이 지난 1시 30분쯤 끝났다. 서울중앙지법은 다음 날인 14일 새벽 "범죄 사실의 소명이 있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신 전 대표 등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해당 검사는 "법정에서 피해 사례를 말하다가 울컥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울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