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KAIST교수·뇌과학

지구에서 사라져버린 민주주의를 다시 부활시킨 토머스 제퍼슨. 노예 해방을 위해 내전까지 치렀던 링컨. 대공황과 2차 대전을 극복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우리에게 우주여행이라는 비전을 가지게 해주었던 존 F 케네디.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들이다. 하지만 모든 제국과 같이 팍스 아메리카나 역시 영원할 수는 없는 것일까? 11월 8일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백악관 주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통령의 아들이 대통령이 되더니, 이제는 대통령의 아내가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 물론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메리토크라시, 그러니까 출생과 무관한 개인의 실력 위주였던 과거 미국 사회를 생각하면 찝찝하기는 하다. 그래도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그럭저럭 '정상적인' 후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물려받은 회사를 말아먹고 파산까지 했던 트럼프. 복잡한 사생활에 리얼리티 TV에서 막말로 인기를 얻었던 그는 공화당 후보가 돼서도 여전히, 아니 이제는 더욱 적극적으로 여성 혐오적, 인종차별적 그리고 반외국인 발언을 하고 있다. 극단적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사상에 가까운 포퓰리즘을 주장하는 트럼프. 우리는 잘 기억한다. 83년 전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은 독일 나치당의 공식 당명이 독일민족사회주의노동당이었다는 점을.

트럼프 후보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자"고 한다. 구글, 애플, 테슬라 그리고 전 세계 모든 인재가 자신의 꿈과 노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미국은 지금도 여전히 위대하다. 더 이상 위대하지 않은 사람들은 과거 미국 사회의 주류였던 백인, 노동자, 여성 혐오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들이다. 너무나도 빨리 변하는 세상에 더 이상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은 위대한 미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다시 위대해질 수 있을 거라는 착각 때문에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이다. 2016년 11월 9일. 미국, 세상 그리고 대한민국. 우리는 너무나도 새롭고 위험한 미래를 경험하기 시작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