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수 아프리카 미래 전략 센터 대표·前 주러시아 대사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5일부터 에티오피아·우간다·케냐 등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한다. 이 세 나라는 뚜렷한 자원 없이 모범적 경제성장을 하는 나라들이다. 자원의 보고인 아프리카에서 경제성장은 보통 산유국이나 자원 부국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래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국면에서 비(非)자원 국가들이 발군의 경제 성적을 이뤄내고 있다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에티오피아는 정부의 강력한 경제개발 의지와 국민의 호응, 적극적 외국 투자 유치 등으로 제조업, 건설을 중심으로 연 7~8%의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우간다는 지도층이 우리 새마을 운동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연 5~6% 경제성장을 한다. 케냐는 남아공, 나이지리아와 함께 아프리카에서 벤처 자본이 가장 많이 투자되는 나라다. 혁신 ICT 상용화를 선도하고 있어 창조 경제 부문에서 협력할 여지가 크다.

이코노미스트는 2003년 아프리카를 '희망 없는 대륙'이라고 했다가 2011년 '떠오르는 대륙'으로 평가를 바꿨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아프리카의 경제성장률이 아시아를 앞섰기 때문이었다. 최근 중국이 아프리카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프리카 나라들은 한국과 협력에 특별한 관심과 기대를 보인다. 한국이 과거 식민주의 역사의 피해자이면서도 경제개발과 민주주의를 일구어 낸 경험을 공감하고 배우고 싶어 하는 열망이 뜨겁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전기 보급률이 30%에 그칠 정도로 아직 낙후된 대륙이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그만큼 할 일이 많은 곳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이제 아프리카에 경제개발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주인의식이 성숙하고 좋은 정치가 확산되면서 아프리카가 '일하는 대륙'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류의 발상지였던 아프리카에 이제 인류의 미래 성장 엔진으로서 잠재력을 현실화하는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대아프리카 무역은 전체 무역액의 1.3%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고 그나마 수출은 대기업에 편중된 구조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아프리카가 54개 국가로 이루어진 다양성의 대륙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대통령 순방이 이 대륙의 각 나라가 제시하는 다양한 기회를 좀 더 잘 이해하고 우리 기업들이 아프리카 르네상스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