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올림픽 개막을 70여일 앞두고 박태환(27)의 출전 허용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국회의원, 변호사, 교수 등이 참여한 토론회도 잇따라 열리고 있다. 정작 당사자인 박태환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었다. 본지는 16일 오후 인천의 한 호텔에서 박태환을 단독으로 만났다. 예정된 시간은 30분이었지만 박태환은 작심한 듯 1시간 넘게 속 얘기를 털어놨다.

'박태환 논쟁'의 핵심은 '도핑 규정 위반 선수는 경기 단체에서 징계를 받은 후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의 규정이 적절한지다. 박태환을 옹호하는 쪽은 "이미 국제수영연맹(FINA)의 18개월 자격정지 징계가 끝난 상황에서 국가대표가 될 길을 막는 건 이중 처벌"이라고 주장한다. 반대쪽은 "한 선수를 위해 규정을 바꾸는 건 옳지 못하다"고 맞선다.

이에 대해 박태환은 "많은 분이 '국위 선양을 한 선수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말을 하시지만, 그런 이유로 올림픽에 나가는 건 특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혜가 아니라 국내 규정이 국제 기준대로 바뀌어 출전하게 되면 좋겠다"고 했다. 올림픽에 나갈 경우 목표에 대해 묻자 그는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올림픽에서 내 종전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그러면 결국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 걸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 있다"고 했다.

16일 오후 인천의 한 호텔에서 만난 박태환이 자신의 리우올림픽 출전 논쟁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 “방금 훈련을 마치고 왔다”는 그는 운동복 차림이었다. 박태환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듯 인터뷰 예정 시간을 훨씬 넘기며 자기 심정을 털어놓았다.

―오늘도 훈련했나.

"훈련을 마치고 오는 길이다. 새벽 5시 정도에 일어나 2시간 정도 수영을 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여건상 2시간이 지나면 클럽팀이 수영장에 온다. 이 때문에 눈치껏 휴식 시간을 줄여서 수영하고 있다."

―지난 3월 2일 국제수영연맹이 내린 18개월 징계가 종료됐다. 징계 기간 어떻게 지냈나.

"고의든 아니든 그런 일(약물 복용 사건)이 있었던 것 자체가 국민께 실망감을 안겨 드린 것이기 때문에 집에 머물며 반성했다. 두세 달 동안 집 밖에 나가지 않았고, 5~6개월 동안은 훈련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오래 운동을 쉰 건 처음이었다."

―무슨 생각을 했나.

"집에서 움츠리고 있었다. 안 좋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공감이 됐다. 움츠러들고, 시야가 좁아지고, 벌벌 떨면서…. 예전에는 인터넷에서 내 이름을 검색하지 않았는데, (약물 사건 이후) 1분에 한 번씩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기사와 댓글을 읽었다."

―안 좋은 기사와 댓글이 많았을 텐데?

"몇 페이지를 읽어도 안 좋은 말뿐이었다. 그래도 이해는 됐다. 얼마나 실망감이 많으셨을까. 너무나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다시 수영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처음에는 밖에 나가는 게 너무 무서웠다. 수영을 다시 하는 게 맞는 건지 생각했다. 은퇴 생각, 그러니까 그냥 조용히 가만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수영을 다시 하면 더 욕을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제일 좋아하고 자신 있는 게 수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공부는 못했지만, 수영으로는 한국에서 가장 빠르고…. 그리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는 누구?]

[도핑(doping)이란 무엇인가]

―뭐가 억울했나?

"내가 하고 싶어서 (약물 복용을) 한 게 아니니까…. 억울한 마음을 말로 하기보다는 성적으로 보여 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 수영을 하면 무조건 이전보다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고의성을 떠나 약물 복용은 어쨌든 선수의 책임이라는 시각이 많다.

"선수로서 제 잘못은 있다. 하나하나 세심하게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국제수영연맹이 내린 징계(18개월 선수 자격정지)에 변명을 하지 않았다. 내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었다."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3년 금지' 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도핑이 스포츠의 공정성을 해한다는 (대한체육회의) 주장도 맞는 말이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도 이런 규정이 있다면 모르지만, 유독 우리나라에만 지속되고 있는 규정이라 아쉽다."

―지난달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는데.

이에 대해선 박태환의 소속사에서 마케팅팀장을 맡고 있는 누나 박인미씨가 대신 답했다. 박인미씨는 "선수(박태환)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의 역할이다. (만일의 상황에서) 기회를 잃지 않기 위해 (제소를) 한 것이다."

―국내 복귀전에서 출전한 전 종목을 석권했다.

"결과가 베스트는 아니었다. 6주 정도밖에 준비하지 못했다. 좋은 기록이 나오면 국민이 긍정적으로 보시지 않을까 생각하고 무리를 해서 4개 종목에 출전했다. 대회 첫날 혹시 관중이 야유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오히려 응원해주신 분이 많았다. 너무 감사했다."

―리우올림픽에 꼭 나가야 하는 이유가 있나.

"불미스러운 일로 씌워진 멍에를 벗고 저를 응원해줬던 국민께 만회할 기회를 갖고 싶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많은 분이 나를 안아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7월 18일에 올림픽 최종 엔트리가 마감된다. 올림픽에 못 나갈 수도 있는데.

"물론 그런 생각도 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생각하기는 싫다. 내가 정말 열심히 하고 잘하면 많은 분이 조금씩 믿음을 가지실 거라고 생각한다. 올림픽을 위해 훈련에만 몰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