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역사에서 배운다: 통일로 가는 길' 세션에서는 한국과 독일의 전문가들이 정부 차원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민간주도 통일운동 확산'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독일 통일 과정을 몸으로 겪었던 독일 출신의 게르하르트 자바틸 주한 EU(유럽연합) 대사, 디르크 힐베르트 독일 드레스덴 시장은 "독일 통일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옛 동독 주민들의 자유에 대한 열망이었다"며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도 북한 주민들의 변화가 필수적이며, 민간 통일운동도 이런 방향에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통일로 가는 길’ 세션에 참가한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왼쪽부터), 안병훈 통일과 나눔 재단 이사장, 게르하르트 자바틸 주한 EU 대사, 디르크 힐베르트 독일 드레스덴 시장, 박찬봉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국내 첫 민간주도 통일기금 모금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통일과 나눔 펀드 안병훈 이사장은 "한국에서도 165만명이 동참한 통일나눔펀드를 바탕으로 개방과 자유, 인권, 재산권이 보장되는 세계적 흐름 속으로 북한을 이끌어내 남북의 인적·물적 교류를 자유로운 상태로 만들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박찬봉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은 "굶주리는 북한 주민을 보호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자바틸 대사와 힐베르트 시장은 독일의 통일 경험이 한반도 통일에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바틸 대사는 "베를린 장벽이 세워졌던 1961년에도 크리스마스엔 서독과 동독에 떨어져 있는 가족들을 서로 만날 수 있게 해줬다"며 "남한과 북한도 이산가족 상봉 등은 정치를 떠나서 정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힐베르트 시장은 옛 동독의 중심지인 드레스덴이 인구 감소와 높은 실업률 등 심각한 통일 후유증을 치유한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통일 이후 서독 지역으로 떠나는 사람이 많아 도시 인구가 10% 넘게 준 적이 있다"며 "하지만 꾸준히 시민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과학기술 연구소와 기업을 유치하려고 노력한 결과, 이제는 드레스덴을 '유럽의 실리콘밸리'라 부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