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49) 검사장의 '주식 대박' 의혹을 조사해온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진 검사장이 2005년 넥슨 비(非)상장 주식 1만주를 사들일 당시 주식 매입 대금 출처를 사실과 다르게 소명(疏明)했다며 법무부에 진 검사장 징계를 요구했다고 17일 밝혔다.

진 검사장은 친구인 김정주씨가 창업한 넥슨의 비상장주를 사들인 지 10년 만인 지난해 126억원에 매각한 사실이 지난 3월 말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를 통해 알려지면서 '검사라는 직위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얻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진 검사장은 "기존에 제가 가지고 있던 돈으로 샀고,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던 대학 친구의 권유로 투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진 검사장은 공직자윤리위 조사에서도 자신의 자금으로 넥슨 주식 1만주를 4억2500만원(1주당 4만2500원)에 샀다고 소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직자윤리위는 진 검사장의 이 같은 소명이 맞는지 살펴보기 위해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진 검사장의 말처럼 '기존 보유 자금'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돈이 흘러들어 왔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직자윤리위가 재차 자금 출처 소명을 요구하자 진 검사장은 '처가(妻家)에서 빌렸다'고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김정주 넥슨 창업주는 누구?]

공직자윤리위는 그 이상의 조사는 하지 않은 채 진 검사장이 자금 출처에 대해 '거짓말'을 한 부분을 문제 삼아 법무부에 징계를 요청했다. 공직자윤리위 관계자는 "진 검사장이 주식 취득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거나 검사 직위를 이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그 때문에 검찰에 수사 의뢰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조만간 법무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검사징계위원회를 열어 진 검사장의 징계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관련 자료를 공직자윤리위에서 넘겨받는 대로 징계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예정대로 징계 절차가 진행되면 진 검사장은 가벼운 징계를 받고 사표가 수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진 검사장이 무엇을 숨기기 위해 말을 바꿨는지, 정확한 자금 출처가 어딘지 등에 대한 진상 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변협 하창우 회장은 "진 검사장이 취득 자금을 처가에서 빌렸다면 처음부터 그렇다고 말했으면 그만인데, '자기 돈'이라고 거짓말을 하다가 나중에 말을 바꾼 것은 누가 봐도 의심스럽다"며 "주식 취득 자금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명백히 밝히지 않고 어물쩍 넘어간다면 국민이 납득하겠느냐"고 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진 검사장이 검사 직무와 관련이 있거나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으로부터 돈을 빌려 놓고 이를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는 게 아니냐"며 "사건의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 진 검사장이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았는데도 공직자윤리위가 징계 요청만 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진 검사장과 김정주 넥슨 창업주를 뇌물 수수와 뇌물 공여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해 수사하도록 했다.

그러나 검찰은 그동안 공직자윤리위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따로 수사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결국 검찰이 나서서 진 검사장의 주식 대박 의혹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명백하게 규명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