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17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특별위원회 구성안 등을 의결하려 했으나 친박(親朴)계가 조직적으로 참석을 거부하면서 재적 인원(과반)을 채우지 못하고 회의 자체가 무산됐다. 비박계 중심의 비대위 구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당을 지도부 없는 '뇌사(腦死) 상태'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4·13 총선 참패 이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당의 쇄신과 재건을 도모하려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당 최고 결정 기구인 최고위원회를 대체할 비대위를 만들지 못하면서 중앙당 지도부는 아예 없는 상태가 됐다. 비대위 구성안이 이날 통과됐어야 당 대표를 대신할 비대위원장 자리를 둘 수 있는데 의결이 무산되면서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서 당 대표 대행도 할 수 없다.
이날 전국위 회의는 친박계의 조직적 불참으로 무산됐다. 전날 "(비박계 위주로 꾸려진) 비대위와 혁신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성명을 냈던 친박계 초·재선 의원 중 일부는 회의 직전까지 전국위원들에게 불참 독려 전화를 하기도 했다. 실제로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불참자 대부분이 친박계였다.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은 집권 여당 전국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것에 대해 "헌정 사상 초유의 일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당 혁신위원장에 내정됐던 김용태 의원은 산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의 민주주의는 죽었다. 국민에게 무릎 꿇을지언정 그들(친박)에게 무릎을 꿇을 수 없다"며 혁신위원장직을 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