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어린 자녀가 "탐정은 영화에만 있는 건가요? 우리나라엔 없나요?"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하게 될까. 아마 대부분 "사생활 침해의 우려 때문에 금지돼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프라이버시를 어느 무엇보다 귀하게 여기는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대부분 나라가 이미 사립탐정을 직업화, 치안 자원화, 서비스 산업화한 지 오래다.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를 제외한 33개국 모두가 인구 1만명당 평균 3명의 공인 탐정을 갖고 있다. 경찰권이 미치지 않는 민사 문제 또는 경찰 서비스의 질이 비교적 낮은 분야에서 양질의 서비스로 경찰과 협업함으로써 시민 편익과 치안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특히 탐정업(민간조사업)을 신고제로 운용하는 일본은 인구 대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총 6만명(1만명당 5명)의 탐정이 활동하며, 수임 건수도 연간 250만건(4500억엔 상당)에 이른다. 탐정 1인이 연간 42건을 처리하는 셈이다. '탐정 왕국'이라 할 만하다. 얼핏 이런 탐정 활동 과정에서 적잖은 물의가 야기될 것으로 우려되지만 실제로 사생활 침해나 부작용은 그리 흔치 않다는 것이 일본 경찰과 학계의 설명이다. 무언가 크게 불안하거나 정말로 의문스러운 일이 생겨도 경찰 외에는 달리 기댈 곳이 없는 우리에겐 다른 세상 얘기인 셈이다.

많은 사람이 걸핏하면 '글로벌한 사고'나 'OECD기준'을 요구하면서, 다른 모든 나라가 의문 해소와 공권력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활용하는 사설탐정의 유용성이나 직업화에는 왜 이토록 무관심하고 외면하는지 모를 일이다. 단순히 외국에서 하니 우리도 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도 공권력에 떠맡기기보다는 일정 자격을 갖춘 민간 조사원이 해내는 것이 더욱 적절한 일들이 많다. 예를 들어 목격자나 증거가 없는 사적 피해의 원인 확인, 가출인이나 실종자 혹은 잠적자 찾기, 범죄 수익 은닉처 추적, 이런저런 분쟁의 해결을 위한 단서 확보, 산업스파이 탐지, 보험 사기, 지식재산권 침해자 적발 등이다.

우리는 탐정 활동에 대해 뚜렷한 검토없이 막연히 불안하게만 여겨온 게 사실이다. 이제는 적정 관리를 통한 선용(善用)이 옳음을 터득하고 활용하는 외국의 선택에 관심을 가질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