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은 누구?]

소설가 한강이 쓴 3부 연작 '채식주의자'가 영국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2016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맨부커상은 노벨 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에 꼽힌다. 우리 작가가 세계적 문학상을 받은 것은 한국 현대문학사(史)에 처음 있는 일이고 맨부커상 수상은 아시아 작가 중에서 처음이다. 해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전후해 기대와 실망을 거듭해 온 국민들에겐 큰 기쁨과 위안이 아닐 수 없다. 문단(文壇)과 문학도들에겐 한국 문학이 국제 무대에서도 각광 받을 수 있다는 용기와 믿음을 줬다. 독자들이 떠나고 있는 문학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47년 역사를 지닌 맨부커상은 영연방 작가에게만 한정하다 2005년 국제 부문을 만들어 세계로 넓혔다. 그간 필립 로스 같은 세계적 작가들이 수상했고 올해도 노벨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무크를 비롯해 쟁쟁한 후보들이 경쟁했다. 심사위원들은 그중에서 '채식주의자'를 만장일치로 뽑았다.

'채식주의자'가 일궈낸 쾌거는 무엇보다 작가 한강의 빼어난 능력 덕분이다. 마흔여섯 살 한강은 탄탄한 문학성을 인정받은 한국 문단의 차세대 주역이면서도 소리 내지 않고 홀로 창작에 전념해 왔다. 한강은 2007년 중편 셋을 장편처럼 묶은 '채식주의자'를 냈고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2015년 영어로 옮겨 런던에서 출간했다.

맨부커 국제상은 영어로 번역된 소설책에 주는 상이다. 상금도 작가와 번역자 둘이 나눈다. 그만큼 번역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한강은 수상 소감에서 "좋은 번역자와 편집자를 만난 것이 굉장한 행운"이라고 말했다. 스물여덟 살의 번역가 스미스는 독학한 한국어로 '채식주의자'를 번역하고 혼자 출판사와 교섭해 책을 냈다. 두 사람은 문단이나 지원 기구에 빚진 것 없이 순전히 개인의 역량과 노력으로 한국 문학이 다시 뛸 발판을 놓았다. 그런 두 사람이 자랑스럽고 고마운 만큼 문화예술계의 체계적 뒷받침이 아쉽다.

'채식주의자'는 한국 문학이 3세계 변두리 문학에 머물지 않고 세계 문학의 본류에 동참하는 통과 의례를 치러냈다. 우리 문학이 더 멀리 도약하고 한국인의 문학 사랑을 되살릴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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