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회 도산평생교육원 원장

[[키워드 정보] 층간소음이 뭐길래…]

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다. 관리실로부터 전화가 왔다. 밑층에서 층간소음 민원을 제기했으니 사무실로 와달라는 것이었다. 내키지 않았지만 별 소음을 내지 않았던 것 같기에 일단 갔다. 먼저 온 아래층 주민은 아주 마땅찮은 표정이었다. 발자국 소리, 의자 끄는 소리, 창문 여닫는 소리가 무시(無時)로 나니 조심해달라는 얘기였다. 좀 당황스럽고 황당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유의하겠다고 말했다.

그 후 우리 가족은 실내용 슬리퍼를 신었고, 의자 밑에 패드를 붙였다. 주요 동선(動線)에 카펫을 깔았고, 화장실에는 나무 깔판을 놓는 등 노력했다. 그럼에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관리실 중재로 대화를 나눠야 했다. 아무튼 이런 소통 덕인지 근래 더 이상은 민원이 오지 않는다. 하지만 항상 좀 불안한 마음이다. 층간소음은 아래층뿐 아니라 위층 사람에게도 상당한 스트레스이다.

환경부 '층간소음 이웃사이 센터'에 들어온 민원은 2012년 7000건에서 2015년 1만5600건으로 3년 새 배 넘게 증가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살인 사건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요즘은 흡연, 음식 냄새, 개 짖는 소리 등을 둘러싼 분쟁도 잦다고 한다.

정부도 팔짱만 끼고 있지는 않다. 환경부·국토교통부는 2014년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을 제정했고, 분쟁 중재와 화해를 위한 법적 기구도 있다. 아파트 단지에는 '층간소음 관리위원회'가, 자치구에는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가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정과 기구가 있음에도 막상 법에 의존하기는 쉽지 않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느끼는 정도가 상대적이고, 조정이 안 되면 소음 측정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보다 주먹이 가깝고, 목소리 큰 놈이 이기곤 한다.

층간소음 분쟁은 이웃 간 소통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법을 따지기에 앞서 소통을 위해 노력하자. 관리실은 그 아파트의 구조적 문제점과 특성을 다양한 형태로 알려 배려와 이해를 당부하자. 그렇게 노력하고도 안 되면 공적 기구로 넘기는 것이다. 역지사지 입장에 서보면 해결되지 않을 건 없다. 공동주택에 사는 한 층간소음은 오늘의 가해자가 내일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