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김정엽 기자

옥정호(玉井湖)는 전북 임실군과 정읍시 일대 29개 마을과 닿아 있는 넓이 26.5㎢의 인공 호수다. '옥같이 맑은 우물'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풍광이 빼어나다. 하지만 이곳을 둘러싼 역사는 평화롭지 않았다. 전주·정읍·김제·고창·부안 등 5개 시군에 마실 물을 공급하는 호수 일대가 1999년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호수 상류 쪽에 있는 임실군은 줄기차게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옥정호 대신 인근 장수군에서 식수를 끌어다 쓰는데,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인 탓에 지역 개발을 못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2001년에 진안 용담댐이 준공되면서 옥정호 물을 상수원으로 삼는 지자체는 점차 줄어들더니 지금은 정읍시·김제시만 남았다. 그러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2년 '상수원 보호구역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결국 지난해 5월 전북도는 임실 쪽 상수원 보호구역 1597만㎡를 모두 해제했다. 숙원을 푼 임실군은 정읍시, 순창군과 '수면 이용·수변 개발을 할 때 유기적으로 협의한다'는 3자 협력 선언을 했다. 16년간 이어졌던 '물의 분쟁'이 끝나는가 싶었다.

그런데 최근 임실군이 옥정호 수상 레저스포츠 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수질 오염을 우려한 정읍시 측이 반발하면서 다시 파문이 일었다. 임실군은 정읍시를 배제한 채 전북도와 사업을 진행한 측면이 있다. 전북도는 작년 말 지원 예산까지 편성했다가 정읍시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야 없던 일로 했다. 도의 체육시설 사업부서가 3자 선언에 대해 잘 몰라서 벌어진 소동이었다.

전북도는 과거 서남권 광역화장장 건립, 새만금 행정구역 획정 문제 등 시군끼리 다투는 일이 생겼을 때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만큼은 책임감을 갖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