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의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심야 상영)이었다."

13일 밤(현지 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상영이 끝나자 티에리 프레모 칸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이렇게 말했다. 밤 11시 45분에 상영을 시작해서 다음 날 오전 2시가 다 돼서 끝났지만, 졸거나 지루해하는 관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영화 상영 도중 박수를 치거나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연상호(왼쪽에서 셋째) 감독은“1년에 영화 2편 정도 보는 관객을 생각하며‘부산행’을 만들었다”고 했다. 칸 뤼미에르극장 레드카펫에 선 정유미, 김수안, 연상호, 공유, 이동하 레드피터 대표(왼쪽부터).

[[키워드 정보] 영화 '부산행'의 소재로도 쓰인 좀비란?]

'부산행'은 한국 상업영화에서 보기 드물었던 '좀비'를 다룬 영화다. 부산행 KTX에 좀비가 타면서 빠른 속도로 승객들에게 전염이 되고, 열차 안은 아비규환으로 변한다. 딸 수안(김수안)을 부산까지 데려다줘야 하는 석우(공유)를 비롯해 감염되지 않은 승객들은 달리는 열차 안에서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는 신세다.

연상호 감독은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 '돼지의 왕'(2011)으로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받았었다. 중 1의 세계를 통해 사회 계급 간 갈등을 그려낸 작품이다. 그는 첫 상업영화에서 속도감과 긴장감을 다 살리면서 자신의 또 다른 장기를 증명한다. 기존 좀비와 달리, 속도가 빠른 좀비들이 등장하는 데다 열차라는 제한적인 공간(이미 설국열차에서 나왔지만)이 액션의 쾌감을 더했다. 무기 하나 없는 승객들이 열차 안의 도구와 숨은 공간, 그리고 터널을 이용해 좀비와 싸우는 장면은 마치 컴퓨터 게임을 연상케 한다. 마동석이 온몸으로 좀비들을 막아낼 때 관객들은 환호성을 내면서 응원했을 만큼 몰입했다.

최근 한국 대중문화에서 인기 소재로 다뤄진 부성애에 의존해 관객들의 감정을 유도한다. 밑도 끝도 없이 이기심을 보여주는 평면적인 악역도 재난영화의 관습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14일 칸에서 만난 연상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가상의 관객이 이 시나리오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생각한다"며 "이전에는 가상의 관객이 저와 가까웠다면 '부산행'은 좀 더 보편적인 관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생각하는 '보편적인 관객'이란 "1년에 영화를 두 편 정도 보는 관객"이다.

'부산행'은 7월 개봉 예정이다. 올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투자·배급사인 NEW 관계자는 "시사에 참석했던 해외 영화 배급사 70곳 모두 상영 후 구매를 문의해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