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접견실에서 13일 진행된 대통령과 3당 원내 지도부의 첫 만남은 박근혜 대통령의 '1대1 인사말'로 시작됐다.

대통령이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넨 이는 4·13 총선에서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였다.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는 이렇게 막 싸우시는데, 실제론 등단 시인이라 들었다. 정치도 시적(詩的)으로 하면 잘 풀리지 않을까 싶다"고 인사했고, 참석자들 사이에선 웃음이 터졌다. "대변인을 여러 번 해서 말씀을 굉장히 잘하신다고 들었다"는 대통령의 덕담에 우 원내대표는 "잘하지는 못하는데 정직하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에게는 "팔씨름도 왕이시고 무술 유단자라고 들었다"며 "비상대책위원장도 맡았는데 어려운 일이 있어도 잘 버텨내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국회에서 세 번째로 원내대표 맡으신 거죠"라고 인사를 건네자 박 원내대표가 "3수 했습니다"고 답해 또 웃음이 터졌다.

박 대통령은 정책위의장들에게도 1대1 인사를 이어갔다. 더민주 변재일 정책위의장에게 "노래 '갈무리'가 애창곡이라고 들었는데, 갈무리를 좀 잘해주시기를 바란다"고 했고,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에겐 "진돗개를 대단히 사랑하신다고 들었는데 저도 좋아한다"고 했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을 향해서는 "(국회의원 시절) 상임위에서도 바로 옆자리에 앉으셨는데, 오랜만이다"며 "(개그맨) 유재석씨와 비슷하게 생기셨는데, 진행을 매끄럽게 잘하는 유재석씨처럼 정책을 끌어가는 것도 매끄럽게 잘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회동에 참석한 여섯 사람에 대해 많이 연구를 하셔서 좋은 덕담을 하셨다"고 했다.

5분간의 상견례가 끝나고 본격적인 회동이 시작됐다. 주로 두 야당 원내대표가 현안에 대해 발언하면 대통령은 이를 꼼꼼히 받아적은 뒤 답변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A4 용지 2장에 10여개의 질문을 적어온 뒤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 준비해온 질문을 장시간 읽으며 현안에 대해 하나하나 입장을 얘기했다고 한다. 각자의 관심사는 조금씩 달랐다. 대통령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부분은 청년 일자리 마련이었다고 한다. 반면 두 야당 원내대표들은 세월호특별법과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를 여러 차례 얘기했다. 이에 새누리당 정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조위에서 대전 MBC 사장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는데, 이는 심대한 언론 자유 침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회동 뒤 우상호 원내대표는 "성과도 있었고 한계도 있었다"며 "어쨌든 오늘 회동에서 (대통령께서) 책상을 치면서 말씀하시진 않았다"고 했고, 박지원 원내대표는 "몇 가지 좋은 결과를 도출한 회동"이라고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각진 대화가 오간 순간이 있었던 기억이 없다"며 "전반적으로 대화가 물 흐르듯 편하게 진행됐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렇게 진전된 안이 나오리라고는 저희도 예상을 못 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과거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주로 입던 푸른색 계통 옷 대신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상징하는 분홍색 재킷을 입었다. 더민주 우 원내대표는 이날 새누리당의 상징인 빨간색과 더민주 상징인 파란색이 섞인 사선 무늬의 '협치' 넥타이를 맸고, 변 정책위의장은 하늘색 넥타이를 맸다. 새누리당 정 원내대표와 김 정책위의장은 붉은색 넥타이를, 국민의당 박 원내대표와 김 정책위의장은 자신의 당을 상징하는 초록색 계열 넥타이를 맸다.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 참사 추모 리본을 정장 상의에 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