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정부 서울청사로 이사 가는 바람에 애물단지가 됐던 금융위 표지석(標識石·사진)을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가져가기로 했다. 금융위가 현재 세들어 사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건물 앞에 설치돼 있는 이 표지석은 김석동 금융위원장 재임 시절인 2012년 9월, 금융위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에서 이곳으로 옮길 때 설치됐다.

금융위는 13일 "기록물평가심의회 등을 거쳐 금융위 표지석을 김 전 위원장에게 무상으로 양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로 2m, 세로 77㎝, 폭 40㎝ 크기의 표지석은 서예가인 학정 이돈흥 선생이 글을 썼고 각자(刻字)는 거암 서만석 선생이 맡았다. 제작과 설치비용으로 1300만원이 들었다.

하지만 금융위가 오는 21일 광화문 정부 서울청사로 또 한 번 이사 가면서 이 표지석이 골칫거리가 됐다. 정부 서울청사는 행정자치부·통일부·여성가족부 등 여러 부처가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개별 부처의 표지석을 따로 설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당초 금융위는 지난 2008년 전신(前身)인 금융감독위원회 표지석을 국가기록원이 가져간 전례를 들어 이번에도 국가기록원에 "표지석을 보관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은 "기록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며 거절했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달부터 표지석을 무상으로 인수할 희망자를 찾았다. 하지만 운반 비용만 300만원가량 들어가는 데다, 마땅히 쓰임새도 없는 표지석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 5일 희망자가 나왔는데, 바로 김 전 위원장이었다. 김 전 위원장은 "금융위의 역사는 나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잘 보관하고 있다가 정부가 요청하면 언제든지 돌려주겠다"며 "퇴직한 후배가 운영하는 경기도 양평의 한 농원(農園)에 이 표지석을 보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