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웅 Books팀장

헌책에 홀린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그는 자신을 '전작주의자'라고 자처하죠. 한 작가의 모든 책(全作)을 읽은 뒤 작가와 그 작품세계의 당대적 의미를 찾아내겠다는 욕망. 그러면서 그 작가의 전작을 찾아 헌책방 순례를 시작합니다. 대단하죠.

이번 주 신간에 '탐서(探書)의 즐거움'(모요사 刊)이 있습니다. 저자는 윤성근(41)씨. 서울 녹번동에서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운영하는 그 역시 헌책 '덕후'입니다. 헌책방 제목이기도 한 첫 책을 비롯, '심야책방' '침대 밑의 책'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책이 좀 많습니다' 등 활발한 옛 책 예찬을 펼친 저술가이기도 하죠. 이번 책은 표지까지 낡고 예스러운 느낌이 나도록 디자인했더군요.

'탐서의 즐거움'의 주제는 주로 절판된 책들입니다. 인터넷 중고서점이나 헌책방을 아무리 뒤져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책들. 소설가 김승옥이 절필하기 전에 쓴 유일한 수필집인 '뜬 세상에 살기에', 영원한 청년작가 최인호가 진짜 청년이던 20대에 20개 나라를 여행하고 쓴 여행 에세이 '맨발의 세계일주', 소설가 김영하가 정식 등단하기 전에 쓴 무협지 스타일의 학생운동사 '무협 학생운동' 등이 탐서의 대상.

일단 존재 자체도 모르는 사람이 많을뿐더러, 안다고 해도 구하기 어려운 책들이죠. 소위 '망작'(망한 작품), '괴작'(괴이한 작품)도 있습니다. 작고한 박완서 선생이 자신의 전집에서도 빼게 했다는 소설 '욕망의 응달'이나, 고은 시인의 프로필에서도 찾기 어려운 초기 소설 '일식' 같은 것들이죠. 활자 중독자를 자처하는 그는 자신이 좋아했던 작가에 대한 고백과, 책에 대한 애정을 털어놓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는 고백들이죠.

당연하지만, 흔한 건 더 이상 귀하지 않습니다. 인터넷 시대, 정보는 어디에나 있다고 착각하기 쉽죠. 하지만 어디에나 널려 있는 건, 어느 누구에게도 귀하지 않습니다. 남들도 다 아는 정보가 선망(羨望)의 대상이 될 수는 없겠죠. 동네 헌책방이 사라질수록, 헌책이 더 귀해지는 까닭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