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누구?]

정운호라는 기업인의 도박 사건을 둘러싼 법조 비리 윤곽이 하나 둘 드러나면서, 이번 법조 스캔들의 요소요소에 법조 브로커가 개입했었다는 사실들이 확인되고 있다. 이렇게 법조 브로커들이 활개칠 수 있는 것은 우리 법조계의 고질적 부패와 불투명성에서 기인한다는 사실도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부각된 핵심 법조 브로커는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 편에 서서 로비 등 역할을 한 이모씨이다. 현재 도주 중인 그는 작년 12월 말 평소 친분 있던 정 대표 사건 2심 재판장 임모 부장판사를 불러내 저녁 식사를 하며 선처 로비를 했다. 임 부장판사에겐 바로 그날 정 대표 도박 사건이 배당됐고 판사 본인은 그 사실도 모르는 상태였다. 브로커 이씨는 재판장 당사자도 모르는 사건 배당 사실을 알고 접근할 정도로 법원 내부와 결탁돼 있었다.

이씨는 대검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를 정 대표에게 연결시켜주기도 했다. 홍 변호사는 2013년 한 해 수임료 수입으로 91억원을 벌었던 사실이 공개되면서 전관예우 덕을 봤을 것이라는 구설에 올라 있다. 아무리 검사장 출신이라도 갓 개업한 변호사가 한 해 100건 정도의 사건을 수임할 수 있었다는 것은 믿기 힘든 실적이다. 법조계에선 그 과정에 이씨 같은 브로커들이 끼어 있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 대표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던 모 부장판사는 언론에 "정 대표 측이 앞서 변경된 두 재판부에 접촉을 시도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면 무슨 오해를 받았을지 아찔하다"고 했다. 그 부장판사는 다른 자리에선 "브로커들이 얼마나 달라붙었는지 진절머리가 났다"고 했다고 한다.

정 대표와 수임료 반환을 놓고 알력을 빚은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는 보석·집행유예 로비 명목으로 정 대표에게서 50억원을 받아냈다. 최 변호사는 별도 사건의 유사수신업체 대표로부터도 50억원의 수임료를 받았다. 그 과정에도 다른 브로커가 개입돼 있었다.

이런 브로커들 기승은 변호사 사회의 수임 경쟁이 치열해진 탓도 있다. 그와 함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법원의 재량 폭이 워낙 넓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수사 처리와 판결이 예측 범위에서 이뤄지기보다는, 검사·판사의 주관적 판단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브로커들이 파고들 여지가 큰 것이다.

과거 금융계 주변에도 대출 브로커들이 활개쳤다. 하지만 은행들이 객관적이고 투명한 대출 기준을 마련하면서 브로커들이 거의 사라졌다. 법원·검찰 주변에 브로커가 판치는 것은 법조계가 우리 사회의 평균적 부패 수준보다 훨씬 썩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제 법조계의 부패를 판·검사들 양심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코걸이 귀걸이 식으로 판·검사들이 재량권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수사 처분과 판결 기준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사설] 빚더미 국민에 떠넘기고 알짜 계열사 챙긴 최은영 前 회장
[사설] 새누리, 가선 안 될 길로 기어코 가려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