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가 강해야 이기는 것은 승부 세계의 진리다. 프로야구 삼성이 2011년부터 KBO리그를 4연패 할 때도 오승환(2011~2013년)에 이어 임창용(2014년)이라는 걸출한 마무리 투수가 뒷문을 책임졌다. 올해 프로야구는 30여 경기를 치르면서 4강(두산·NC·SK·넥센) 5중(KT·롯데·삼성·LG·KIA) 1약(한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각 팀 마무리 투수의 능력은 성적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믿고 쓰세요"

올 시즌에도 잘나가는 팀은 역시 뒷문이 든든했다. 2위 NC와 3위 SK는 10일 현재 임창민과 박희수가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며 세이브 1위(8개)를 달리고 있다. 팬들은 "이들이 9회를 삭제하고 있다"고 말한다. 9회에 이들이 나오면 경기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평균자책점 제로의 비결은 서로 다르다. 박희수는 15와 3분의 1이닝을 던지며 볼넷을 9개나 줬지만 안타를 5개밖에 맞지 않았다. 임창민은 13이닝 동안 삼진을 22개나 잡아냈다. 지난해 야구 국가 대항전인 '프리미어12'에서 4경기 무자책점으로 호투한 이후 자신감이 붙었다는 평이 있다. 4위 넥센은 김세현이 혜성처럼 등장해 세이브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김세현은 14와 3분의 1이닝 동안 안타를 16개 맞았지만 볼넷이 0개다. 공격적인 투구가 특기다. 1위 두산도 이현승이 7세이브로 구원 4강을 이루고 있다.

"파리 날려요" 사실상 개점휴업

지난해 뒷문이 약해 애를 먹었던 한화와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거액을 들여 마무리 투수 정우람(84억)과 손승락(60억)을 영입했다. 하지만 이들은 각각 3세이브와 4세이브로 선두권의 절반에 불과하다. 평균자책점 0.96과 2.89로 일단 나오면 몸값을 해내고 있지만, 팀이 30여 경기를 치르는 동안 두 투수가 세이브 기회에 등판한 것은 나란히 4번뿐이었다.

세이브는 기본적으로 팀이 3점 이내로 앞선 상황에서 등판해 1이닝 이상 던져 리드를 지켜 경기를 끝내면 얻을 수 있다.

정우람은 지난달 26일 이후 13일간 세이브 기회에 등판한 적이 없다. 8승22패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팀 성적 탓이 크다. 이기는 경기 자체가 적다 보니 얼굴 비추기가 어렵다. 이달 들어 등판한 3일(1·7·8일) 모두 세이브와 무관하게 팀이 지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1일 경기에선 팀이 역전승해 시즌 첫 승을 챙겼다.

손승락은 상황이 좀 다르다. 롯데는 연패에 빠지다가 이기는 날엔 화끈하게 이긴다. 그러다 보니 지난달 22일 이후 17일이나 세이브 상황에 등판하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그가 던진 이닝은 다른 마무리 투수의 절반 수준인 9와 3분의 1 이닝에 불과하다.

임 기다리며… "돌려 막아요"

지난해 30세이브를 올린 윤석민이 선발로 자리를 옮겨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없는 KIA는 '인해전술'을 펴고 있다. 홍건희, 최영필, 곽정철, 김광수, 김윤동, 배힘찬, 임기준, 한기주 등 8명이 그날 컨디션에 따라 올라온다. 이런 팀들은 뒷문이 약한 경우가 많지만 올 시즌 KIA는 다르다. '티끌 모아 태산'이다. 구원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이 3.83으로 10개 구단 중 NC·넥센에 이어 3위다.

8명이 1~2세이브씩 모아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1세이브를 올렸다. KIA는 7월 초 기다리던 '임'이 돌아온다. 임창용이다. 그때까지만 버티면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게 KIA의 계산이다. 임창용은 지난해 해외 원정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켜 삼성에서 방출된 뒤 지난 3월 KIA와 계약했다. 72경기의 출장 정지 기간이 6월 말~7월 초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