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잇' '바바리(버버리)'처럼 '스와로브스키'는 고유명사가 보통명사처럼 쓰인다. 120년간 크리스털로 장신구, 장식품, 조명, 식기 등을 만들어온 스와로브스키는 크리스털 자체를 상징한다. 하지만 나디아 스와로브스키(46·사진)에게는 단지 '성(姓)'일 뿐이다. "어렸을 땐 이 이름으로 사는 게 쉽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다른 것을 연상하니까요. 그래도 그들이 떠올리는 게 크리스털처럼 멋지고 아름다운 것이라서 다행이에요." 그는 창업자 다니엘 스와로브스키의 증손녀이자 스와로브스키 재단 이사장이다.

그는 지난달 말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스와로브스키 전시회 프리뷰와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패션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이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이용해 만든 작품을 선보였다.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 빅터앤롤프는 물론 자하 하디드와 같은 건축가와도 협업했다. 박승건, 김란, 이가연, 이일정, 이광호 등 한국 디자이너와 작가들이 만든 작품도 있었다.

나디아는 "120년간 크리스털을 생산했기 때문에 품질에 대한 고민은 없어요. 문제는 이걸 샹들리에나 귀걸이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결국 크리스털을 어떻게 해석하냐는 게 관건이에요. 아티스트들과 크리스털의 가능성을 찾아가기 위한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는 "크리스털은 모순덩어리"라고 했다. "단단하지만 취약한 구석이 있고, 때론 반짝이는 점처럼, 또 때론 큰 바위 크기로 쓰이기도 하죠. 금속이나 대리석, 가죽, 새틴 등 다른 온갖 재료와 함께 쓰일 때 더 돋보입니다. 보석의 기준에서 본다면, 크리스털은 다이아몬드의 모조품(fake)입니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만든 '신데렐라'의 유리구두.

"스와로브스키가 크리스털에 대해 그렇게 얘기해도 되냐"고 묻자 그는 "그게 증조할아버지의 모토였다"고 했다. "모든 여자를 위한 다이아몬드, 모든 여자가 살 수 있으면서 모든 여자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게 크리스털"이라고 했다.

"크리스털로는 모든 크기, 색상, 형태를 구현할 수 있어요. 다이아몬드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여성들의 다양한 취향과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죠. 다이아몬드가 '럭셔리'의 상징이라면 스와로브스키는 '민주적인 럭셔리'를 상징합니다."

나디아가 이끄는 스와로브스키 재단은 환경과 교육, 복지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여성의 창업이나 건강, 교육, 인권 프로그램 비중이 크다. 그는 "우리 고객 중 90%, 임직원 중 70%가 여성"이라며 "여성이 만들고 여성이 소비하는 스와로브스키가 여성을 신경 쓰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여성은 자신의 존재를 축복하고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장신구로 치장하죠. 크리스털 장신구를 '화룡점정'으로 이용하세요. 당신이 더욱 빛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