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9일 국회에서 20대 총선 당선자 총회를 열어 늦어도 7월까지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또 전당대회 때까지 당 지도부 역할을 할 비상대책위원회도 구성하되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해체하기로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고 "10일 초선(初選) 당선자, 11일 4선 이상 중진 당선자 등과 잇달아 만나 내주 초쯤 비대위원장 인선 등 비대위 구성 문제를 매듭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또 유승민 의원 등 탈당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復黨)은 20대 국회 구성 협상 전에는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 구성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복당을 서두르는 편법은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당선자 총회에는 새누리당 당선자 122명 중 83명만이 참석했고, 일부 참석자는 중간에 자리를 떠 논란이 됐다. 한 참석자는 "총선 패배 직후의 위기감이 사라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진석(왼쪽 뒷모습)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20대 총선 당선자 총회에서 당내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체 당선자 122명 중 83명만 참석한 이날 회의장에는 군데군데 빈자리가 보였다.

[새누리당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는 누구?]

[새누리당의 추후 행보는?]

이날 토론회에선 비대위 구성 문제를 놓고 당선자들의 토론이 벌어졌다. 총 20명이 발언에 나선 가운데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그동안 당내에선 비대위를 구성할지, 구성한다면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관리형 비대위로 할지 비대위원장이 전권(全權)을 갖고 당 쇄신을 주도하는 혁신형 비대위로 할지 의견이 맞서왔다. 또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도 "예정대로 7월에 하자" "8~9월로 연기해야 한다"는 등 의견이 엇갈렸었다.

그러나 이날 토론에선 당 안정을 위해 늦어도 7월까지는 전당대회를 열고 별도의 비대위를 꾸리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정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은 외부에서 영입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비대위원장 영입을 위해 당선자 122명 전원에게 설문지를 돌려 추천을 받기로 했다.

새누리당이 이 같은 방침을 정한 것은 비대위 구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친박(親朴)·비박(非朴) 양 진영에서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날은 친박계 당선자들도 "빨리 비대위를 구성해 당이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박덕흠 의원), "차기 당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비대위에서 논의해야 한다"(이철우 의원), "전당대회와 비대위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강석진 당선자) 등의 의견을 냈다. 비박 중진 정병국 의원은 "토론자 20명 중 15명 안팎이 전당대회 관리와 당 쇄신 작업을 병행할 혁신형 비대위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비대위를 관리형으로 할지, 혁신형으로 할지에 대해선 "좀 더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친박계에선 "비대위가 당 체질을 개선하는 내용의 쇄신안을 만든다면 결국 혁신형 비대위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비박계에선 "길어야 한 달여 일하는 비대위가 당 혁신 작업을 하기는 힘들고, 결국 관리형 비대위로 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총회에선 차기 전당대회 때 당헌·당규를 개정해 현행 집단 지도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새누리당의 최고위는 전당대회에서 1위를 한 사람이 대표가 되고 2~5위를 한 사람과 지명직 2명, 원내대표·정책위의장 등 총 9명의 최고위원으로 구성된다. 당대표는 9명 중 1표의 권한만 갖다 보니 당대표와 반대 계파 최고위원들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친박계 이철우 의원은 "현행 집단 지도 체제는 국민에게 싸우는 모습만 보여주기 때문에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비박계의 김세연 의원은 "최고위원 수를 줄이고 소수의 정파(政派) 수장이 참여하는 정예 최고위를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대표의 권한을 강화해 실질적인 리더십을 확보하거나 계파 수장 간의 협의체 형식으로 바꿔 의사 결정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총선에서 '진박(眞朴) 마케팅' 논란을 일으킨 친박 핵심과 영남권 중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초선인 정유섭(인천 부평갑) 당선자는 "경상도 사람들이 주도권 싸움을 벌이느라 수도권 후보들은 총을 맞고 죽었다"며 김무성·최경환·유승민 의원 등을 지목해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