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 기획재정부 제2차관

[[키워드 정보] 페이고 원칙이란 무엇인가]

2016년 겨울이 되면 국가 채무 시계가 심리적 마지노선처럼 여겨졌던 GDP 대비 4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지출을 늘려 경제 위기를 극복하다 보니 국가채무 비율이 높아졌다. 더구나 내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세입 기반이 여의치 않고, 지출 측면에서도 2018년부터 법적 복지 비용 등 의무지출이 재량지출을 초과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선거만 치르고 나면 포퓰리즘 성격의 복지 공약이 한 아름씩 쌓인다. 현재 우리 재정은 빨간불까지는 아니지만 노란불이 들어온 셈이다. 여기서 막지 못하면 자칫 둑이 무너진다.

이에 정부는 지난 4월 22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가칭 '재정건전화 특별법'을 만들기로 했다. 이 법의 내용은 사실 우리가 평소에 집안 살림을 꾸리면서 적용하는 몇 가지 원칙을 그대로 따랐다.

첫째, 중앙정부의 채무 한도를 정해 그 이상은 빚을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OECD 회원국 대부분이 채택한 기준이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수입 및 지출 계획을 정해 실천하는 것과 같다.

둘째, 새로 돈이 들어가는 법률을 만들 경우 그 돈을 어떻게 조달할지 명시하는 페이고(Pay-go) 원칙의 도입이다. 가정에서 자녀에게 학원을 하나 더 다니게 할 경우, 외식비나 여행비 등을 그만큼 줄여 학원비를 마련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셋째,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국민의 노후와 건강을 책임지는 사회보험 재원이 고갈되지 않도록 부담과 혜택을 적정하게 재설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개별 관리되는 7개 사회보험의 장기재정전망 주기와 시점을 통일하고 자산운용 정보도 공유하기로 했다.

넷째, 유사·중복 사업 통폐합, 국고 보조금 부정수급 근절 등 '새는 돈'을 차단하는 집행현장조사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법에 포함될 이런 내용들은 20여 년 전 현재의 우리와 경제·재정 여건이 비슷했던 스웨덴과 일본을 적극 참고한 결과다. 과감한 구조조정과 강력한 연금·재정 개혁을 추진한 스웨덴은 지금 국가채무비율이 OECD 평균의 절반에 그친다. 반면 개혁을 미루고 소모적 경기부양 지출을 지속한 일본의 국가채무비율은 OECD 평균의 두 배인 230%에 이른다. 두 국가를 보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자명하다. 재정엔 연습이 없고,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