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용 기자

백령도, 연평도 등 서해 5도에 사는 어민들이 북방한계선(NLL) 인근으로 조업을 나갈 때는 반드시 관할 옹진군 소속 어업지도선과 동행해야 한다. 어업지도선은 바다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우리 어선들이 물고기 떼를 쫓다가 행여 북한 쪽 바다로 넘어가면 신속하게 무전 연락을 해 돌아 나오게 한다.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단속하고, 우리 어선을 보호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하지만 어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어업지도선 수가 너무 적고 낡은 데다 느려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만 37년간 활동했던 한 척이 지난해 폐기 처분되면서 현재 옹진군에 있는 지도선은 단 5척이다. 서해 5도에 등록된 어선 244척을 담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지도선이 서해 북방의 험한 바다에서 제구실을 하려면 최소한 100t급은 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런데 이 기준에 맞는 옹진군의 지도선은 10년 된 113t급 한 척뿐이다. 나머지 4척은 40~50t급에, 연식도 만 20~21년이다. 게다가 지도선의 평균 최고속력은 18노트(시속 33.3㎞)에 불과해 25노트(시속 46.3㎞) 정도로 달리는 일반 어선보다도 기동성이 떨어진다. 불법 조업을 하다 도망가는 중국 어선을 따라잡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서해 5도 지도선은 '지도' 업무뿐 아니라 지역 특수성 때문에 벌어지는 여러 비상 상황에도 대처해야 한다. 연평도 포격 사건 때 주민 대피를 돕고, 천안함 폭침 때 수색 작전에 가담한 것은 지도선의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이런 지도선의 숫자를 늘리고 성능을 개선하는 문제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인천시는 지방교부세(정부 지원금)를 받으니 알아서 하라'며 팔짱을 끼고 있다. 인천시는 '지도선에 배정할 예산이 없다'는 입장이다. 꽃게잡이가 한창인 요즘, 행여 어업지도선이 제대로 기능을 못 해 어민들이 해를 입는 일이 생길까봐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