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관식'인 북한의 노동당 7차 당 대회에는 36년 전 6차 당 대회 때 등장했던 간부 중 8명이 건재를 과시하며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새 시대 선포를 위한 정치 이벤트가 '36년 전 흑백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36년 동안 북한 권력 일선에서 살아남은 8인은 김영남(88)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기남(87) 당 선전비서, 박봉주(77) 내각 총리, 최영림(88) 전 총리, 오극렬(85)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주규창(88) 전 당 기계공업부장, 양형섭(91)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태종수(80) 함경남도 당 책임비서 등이다. 이들은 36년 전 김일성·김정일 앞에서 '충성 맹세'를 한 데 이어 이번에는 김정은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김정은, 이번에 '공화국 영웅' 칭호 처음으로 받을 듯]

6차 대회에서 당 비서로 뽑혔던 김영남은 지난 6일 김정은 오른쪽에 자리 잡으며, 36년 동안 한 번도 숙청을 당하지 않은 기록을 이어갔다. 북한 선전 담당인 김기남은 36년 전에도 보도 분야 대표로 토론했었다.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36년 전에는 총참모장이었고, 핵·미사일 개발을 지휘했던 주규창은 과거에도 무기 개발 책임자였다. 대북 소식통은 "김씨 권력에서 살아남은 인사들은 입이 무겁고, 좀처럼 자기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김정은이 노·장·청을 고루 기용해 체제 안정을 추구하겠다는 의도"라면서 "이번 당 대회에서 고위층에 대한 물갈이 폭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각에선 김정은이 이번 당 대회를 통해 대규모 세대교체를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8일 현재 당 대회에서 김정은 주위를 맴도는 인사는 최룡해 당비서, 김영철 당비서, 황병서 총정치국장, 박영식 인민무력부장, 리명수 총참모장, 김원홍 국가보위부장 등 기존 측근들이다. 탈북자 출신 박사인 최경희 한양대 연구위원은 "기성세대를 한꺼번에 몰아낸다면 세대 간 갈등으로 체제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노(老) 간부는 형식상 자리만 맡기고, 젊은 간부들을 조직의 실세로 배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기존 노 간부들은 40대 신임 당 간부들이 '점령군처럼 휘젓고 다닌다'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며 "최근 평양에서 발생한 체제 비난 낙서 사건의 배후에는 퇴출당해 생활이 어려워진 나이 많은 간부들이 있다는 소문이 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