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6일 여야 협상의 실무 책임자인 원내 수석부대표에 재선의 박완주(충남 천안을) 당선자를 임명했다. 박 부대표는 성균관대 부총학생회장을 지낸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우 원내대표 본인도 연세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1기 부의장을 지냈다. 전날 임명한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성균관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대변인 출신이다. 이처럼 제1야당 전면에 전대협과 총학생회장 출신의 86그룹(80년대 학번, 1960년대생)들이 나서고 있다. 2000년 16대 총선부터 이른바 '젊은 피' 수혈(輸血) 차원에서 정치권에 진입했던 전대협, 총학생회 출신 인사들이 이번 총선을 통해 야권의 주변에서 중심으로 서고 있는 것이다.

◇'젊은 피'에서 중심으로

우상호 원내대표는 자신의 오른팔과 왼팔에 해당하는 수석부대표와 원내대변인에 이처럼 모두 전대협, 총학생회 출신을 임명했다. 더민주 원내대표 경선에서 20여명에 달하는 전대협, 총학생회 출신 당선자들이 우 원내대표의 핵심 우군(友軍)이었다는 점에서 86그룹의 전면 배치가 예견되기도 했다.

"이분이 원내수석부대표"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왼쪽) 원내대표가 6일 국회 정론관에서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 선임 사실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우 원내대표는 "초선의 70~80%가 나보다 나이가 아래여서 특별히 나이를 고려한 것도, 86그룹을 중용한 것도 아니다"며 "능력과 세력, 지역을 두루 감안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더민주의 새로운 당선자 그룹에 학생운동권 출신이 많이 있다는 얘기도 된다. 다른 기준 때문에 기용했더라도 '원적(原籍)'은 학생운동 출신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 실제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박원순 서울시장, 박 원내수석은 안희정 지사와 함께 일을 해서 그들 사람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전대협, 총학생회 출신 주요 당선자로는 4선의 송영길(연세대) 전 인천시장, 3선의 김영춘·이인영(이상 고려대), 김태년(경희대) 의원, 재선의 서영교(이화여대)·유은혜(성균관대)·박홍근(경희대) 의원이 있고 초선으로는 강병원(서울대)·위성곤(제주대) 당선자가 있다. 박용진 당선자는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이지만 전대협에서는 비주류였다.

특히 전대협 1·2·3기는 87년 6월항쟁과 89년 임수경씨 방북 등 학생·통일운동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세대로 1기(이인영), 2기(오영식), 3기(임종석) 의장과 간부진에서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을 다수 배출했다. 86그룹 정치인들은 그동안 '젊은 피'라는 수식어와는 달리 주요 계파의 참모 역할에 머물거나 주류(主流)의 약점을 보완하는 역할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상호 원내대표를 비롯해 당대표 선거에도 송영길·이인영 당선자가 도전 의사를 밝히는 등 주력 부대로 기세를 올리고 있다.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오영식·정청래 의원 등이 탈락하면서 일부에서는 운동권 출신들의 퇴조를 예상했지만, 수도권에서 야당 바람이 불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자주·민주·통일'의 현대화가 과제

'전대협 세대'의 약진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새로운 정치 세대의 등장'과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50대 초·중반에 들어선 86그룹들이 60대의 '반(反)유신' 세대 인사들을 대체해 야당의 안방을 차지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야권 지도부였던 문희상·정세균·원혜영 의원 등도 국회의장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전대협, 총학생회 네트워크가 갖고 있는 이념적·인적 폐쇄성은 문제로 지적된다. 우 원내대표는 "운동권 출신이라는 이유로 민주화를 위한 노력을 폄하해선 안 된다"며 "낡은 운동권 문화가 있다면 청산하겠다"고 했다. 이들이 20·30대에 추구했던 핵심 이념인 '자주·민주·통일'은 한국 사회를 미국의 식민사회로 보는 가치관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후 30년이 흘렀지만 이런 '자주와 종속' '민주와 독재' 인식 구도의 잔재는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80년대 이념을 경제 민주화나 생산적 복지로 어떻게 현대화시키느냐가 86그룹의 과제로 남아 있다"며 "전대협, 총학생회 출신들은 폐쇄적 인맥(人脈)이 아닌 개방적 정책 및 의견 그룹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