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신임 원내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 운동권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비판하는 논조에 동의하지 못한다. 20대 청춘 시절에 국가의 민주화를 위해 목숨 걸고 모든 걸 희생한 노력에 대해 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1980년대 학생 운동권 출신이다. 자신을 희생한 민주화 운동으로 지금의 자유로운 사회를 만든 사람들의 헌신·노고를 부정하거나 폄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금 운동권이 비판받는 것은 이미 민주화된 지 30년이 된 사회에서 아직도 세상을 민주 대 반(反)민주, 선(善) 대 악(惡) 이분법으로 보면서 나라가 가야 할 길을 가로막고 있는 행태를 문제 삼는 것이다. 운동권 세력이 30년 사이 성역이나 기득권으로 변질돼 이제는 정치 권력을 생업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현실도 비판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 원내대표가 "(운동권이) 정치권에 와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했느냐, 낡은 정치·운동권 문화를 극복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은 가슴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그런 낡은 문화가 있다면 청산하고, 과거 운동권이라고 차별받지 않고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한 것은 기대를 갖게 한다. 운동권 출신인 것이 문제가 아니라 30년 전의 잣대로 지금을 보고 전횡하는 행태가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우 원내대표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김병기 전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등 권력 내부의 속성과 잘못된 국정 운영 방식을 낱낱이 아는 분들이 당선돼 우리 당에 왔다. 이제 제대로 된 국정 운영 기조가 아니면 하나씩 터뜨리겠다"고 한 것은 의문을 낳는다. 다음 날 "구체적으로 들은 게 없다"고 말을 주워 담은 것도 의아하다. 조 당선인은 현 청와대 출범 초기부터 1년 2개월간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재직했다. 이 사람이 '터뜨린다'는 것이면 국민도 알아야 할 내용일 가능성이 높다. 밝혀야 할 게 있으면 당당히 밝히고 그러지 못할 것이면 변죽을 울리며 협박하지 말아야 한다. 낡은 운동권 방식 청산이 달리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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